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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몬 스토리 사이버 슬루스 해커스 메모리 진 에필로그 0 류지가 카미시로 엔터프라이즈에 취직을 성공하여 후디에에서 빠지게 되었다. 원래부터 레전드 멤버로서 활약했던 류지의 해킹 능력은 EDEN을 유지, 보수하기에 적합했던 모양이다. 해커들이 해킹 관련 능력을 살려 여러 회사에 취직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은데 이는 해커들 사이에서는 ‘완성된 해커’라고 불리며 이때 팀을 나가는 건 배신 같은 행위가 아니라 ‘졸업’이라고 하는 듯 했다. 축하 파티에서 류지가 한 턱 내는 고기와 음료를 즐기고는 잔뜩 취한 류지, 치토세 두 사람을 유우와 각자 집에 데려다 준 뒤로 나는 후디에로 돌아왔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왠지 지쳐서 집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철컥. 열쇠로 문을 열자 빛 하나 들지 않는 건물 구조 탓에 시야가 확 깜깜해졌.. 더보기
[다이마루] 신혼 첫 날 언제나 사람의 발길이 뜸한 도서관의 한 구석에 자리 잡아 조용히 책을 읽는 문학소녀, 쿠니키다 하나마루에 대해서는 Aqours에 들어오기 이전부터 그녀를 좋아하는 한 소녀를 통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녀의 중학교 동창이자 가장 친한 사람 중 한 명일 나의 사랑스런 동생, 쿠로사와 루비는 집에 오면 스쿨 아이돌 얘기와 더불어 쿠니키다 하나마루에 대한 얘기를 자주 입에 올리곤 했다. 책을 좋아하는 소녀. 아는 지식이 많아 루비의 궁금증도 자주 풀어준다고 했었다. 집이 절이라 문명에 대해선 빠삭하지 못하다는 소녀. 함께 도시로 놀러 나갈 때면 여러 가지 물건에 신기해하며 그 순박한 점이 귀엽다고 말했다. 배려심이 깊은 소녀. 유독 루비에게는 더 친절하게 대해줬지만,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쿠니키다 하나.. 더보기
[카나리코] 일탈 [카나리코] 일탈 으음. 속으로 신음을 삼키며 괜스레 앉아있는 자세를 바꾸었다. 사락, 옷가지 스치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조금만 움직여도 의자가 삐걱대 무겁게 내려앉은 정적에 스크래치를 냈다. 하아. 몰래 한숨을 내쉬고 턱을 괴어 책상 너머를 보았다.아무런 표정도 없이 책을 읽고 있는 소녀가 비쳤다. 버건디로 적셔놓은 듯한 아름다운 머리칼이 등허리에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얕게 흔들렸다. 그러다 책 속에서 재미있는 일이라도 벌어진 걸까. 책의 글귀를 좇아 움직이던 호박색 눈동자가 잠깐 멈추었다. 살짝 올라간 입꼬리. 상냥하게 휘어진 눈썹에 저도 몰래 무심코 숨을 삼켰다.사쿠라우치 리코. 평소에는 귀여운 후배정도의 인식이었지만. 단 둘인 상황에서 자세히 보면 의식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미인이었다. 나도 .. 더보기
[카나마리] 나만이 알고 있는 너 나만이 알고 있는 너 으레 행사들이란 소란스럽기 마련이지만 오늘은 훨씬 특별했다. 탄신일. 행복해야 마땅한 날이다. 축복으로 가득 찬 이 날은 본의는 아니지만 축하받는 사람의 인덕에 따라 파티의 모양새가 바뀌기 마련이었다.나는 마츠우라 카난이라는 인간의 그릇을 잘못 재고 있었다. 아니,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실제로 보기 전까진 보통 와 닿지 않는 법. 마츠우라 카난의 인덕에 호되게 당할 줄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 데이트 약속은 한 달 전쯤 미리 잡아놓았다. 카난과 함께 다이아의 생일을 축하하는 날 자연스레 “다음 달 카난 생일은 둘이서 데이트 앤 파튀라도 할까?” 라는 말을 흘렸고 나와 카난이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다이아는 눈꼬리를 내리고 한숨을 내쉰 뒤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그럼 .. 더보기
[요우리코] 사랑의 멜로디 가끔 치카 쨩의 작사가 신들린 듯 잘 될 때가 있다. 그 가사들엔 공통점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사랑을 노래한다는 점이었다. 곤란하다. 치카 쨩의 가사에서 유추해, 단언컨대 아직 사랑을 해본 적이 없었고 가사들은 대부분이 치카의 상상. 나아가 망상으로 이루어진 얘기였다. 사랑에 좋은 점만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달콤한 말들이나, 두근거리는 상황이 거의 주가 이루는 치카 쨩의 가사에는 그에 맞는 달콤하고 가슴 뛰는 곡들이 제격이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내가 앓고 있는 사랑과는 거리가 멀어 자꾸만 작곡을 주저하게 되었다. 마음을 전하지 못한 채로 시간이 흘렀다. 차라리 고백을 하라고 몇 번이나 되뇌었다. 거칠게 휩쓰는 파도처럼 채찍질을 했지만 몸은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마음은 마모되고.. 더보기
[2학년] Marine Border Parasol Marine Border Parasol 버스에서 내리자 바로 앞쪽에 여관이 보였다. 간판에 쓰여 있는 토치만이라는 글자가 눈에 익었다. 이미 몇 번이나 왔는지. 벚꽃이 만개할 때도. 푸름이 한창일 때도. 낙엽이 떨어질 때도. 그리고 눈이 쌓였을 때도. 계절의 경치가 모두 기억의 조각으로 남아있었다. 언제라도 변하지 않는 경치에 마음이 편해지면서 미소가 지어졌다.어디보자. 시간이….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하자 딱 2시로 넘어갔다. 응. 정확히 도착이지 말입니다! 기분이 좋아져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여관의 앞까지 총총 뛰어가자 앞에 살랑거리는 벚꽃 색의 머리칼이 있었다.“앗. 리코 쨩.”“요우 쨩 어서와. 하하… 우리 집도 아닌데 이상한 말 해버렸네.”“아냐아냐. 바로 옆인 걸? 그런데 치카 쨩이 ‘집합~.. 더보기
[카나다이] 카난과 다이아 이야기 카난과 다이아 이야기 덜컥 돌 같은 무언가가 가슴 안에 내려앉은 느낌이 들었다. 뜨겁게 달궈진 돌은 마음을 태웠다. 빠르게 타들어가 숯덩이가 되었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 전신을 맴돌아 떨렸다. 움직이는 팔이 내 것이 아닌 듯 낯설었다. 무거웠다. 무겁고, 아팠다.어둠이 짙게 깔려 달빛조차 들지 않는 방에서 자그맣게 나를 비추는 휴대폰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전원을 눌렀다. 휴대폰을 옆으로 치워두고 나는 그대로 무릎을 세워 끌어안았다. 카난의 ‘헤어지자’는 말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 「여보세요. 응, 다이아. 밥은 챙겨 먹었어?」여느 때와 같은 차분하고 상냥한 목소리로 그녀는 전화 너머 그렇게 물어왔다. 마침 저녁 식사를 마치고 정리한 뒤 방 안에서 책을 읽는 도중이었다. 카난이 귀신 같이 알아챘다.. 더보기
[나마쿠아 샤론]CYR Love “아~ 놀았다, 놀았다!” 높이 기지개를 켜고서 만족감 넘치는 웃음을 짓는 그녀. 무심코 그녀가 하늘에 뻗은 손을 좇자 저 멀리 서서히 얼굴을 감추는 해가 보였다. “놀이동산에서 셋이 논 건 오랜만일지도.” “그야 그렇지. 다들 요새 많이 바빴잖아.” 안쨩과 나를 번갈아 보곤 쓴웃음을 짓는 슈카. 그 말대로 최근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이 바빠졌다. 전엔 Aqours의 일이 아니어도 서로 만나 카페에 가거나, 포토제닉 촬영을 하러 돌아다닐 시간이 있었지만 라이브를 거듭하고 점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준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감할 정도가 되었을 땐 수많은 일이 들어왔다. 그나마 쉴 수 있는 주말도 가끔은 일이 들어와, 이렇게 셋이 일정을 맞추는 건 힘들었지만. “어떻게든 일정을 맞출 수 있어서 다행이었네.” “히.. 더보기
#마왕소환au _ 요시코 시리어스 #마왕소환au 요시코 시리어스 #1 평범한 아침. 평범한 등굣길. 친구들과 인사를 한다. 그러다가 하이파이브를 하기라도 하면 그 친구는 웃는 얼굴인 상태로 전신이 터져나간다. 내 손에 닿은 것들이 전부. 친구도, 학교도, 엄마와 아빠까지 다. 결국 나 혼자 남아 무릎을 꿇었을 때 한 그림자가 말을 걸어왔다. 「네가 원했던 비일상이야. 원한 건 넌데 왜 울어? 왜 슬퍼해? 자, 좀 더 즐겨보라구. 힘들다면 전부 나한테 맡기고서ㅡ」 검은 형태에, 붉은 색칠이 되어있는 입만이 찢어질듯 미소를 지으며 내게 손을 뻗으면 나는 그제야 눈을 떴다. 마왕이 되고나서 최근, 줄곧 이런 꿈을 꾸고 있었다. 아니, 꿈뿐만이 아니다. 두통이라든가, 몸이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 별 이상한 증세가 생기기 시작했다. 으음, 그건 건.. 더보기
[다이루비] 비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가 빗소리에 묻혔다. 어느새 창문을 흔들 정도로 거세진 비바람. 비도 적절히 와야 일정한 리듬이 있고 독서하기 좋은 법이다. 조용히 책을 덮고 커튼을 걷어냈다. 창문에 넘칠듯 흐르는 비. "비는 싫어하지 않았지만ㅡ." 도쿄에 올라와 아직 채 일 년이 지나지 않았다. 카난과 마리. 두 사람 몰래 멋대로 선택하고, 나아가기로 마음먹은 이 길. 실은 나만 그랬던 건 아니었으나 우리들은 누구도 서로의 길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아간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이제 후회하는 법 보다는 반짝임을 찾으려 노력하는 법이 몸에 익어버린 모양이었다. 미련이 없다고하면 완전한 거짓이었다. 비가 창문을 무섭게 노크하는 날이면 우치우라에 놓고 온 게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여러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