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사람의 발길이 뜸한 도서관의 한 구석에 자리 잡아 조용히 책을 읽는 문학소녀, 쿠니키다 하나마루에 대해서는 Aqours에 들어오기 이전부터 그녀를 좋아하는 한 소녀를 통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녀의 중학교 동창이자 가장 친한 사람 중 한 명일 나의 사랑스런 동생, 쿠로사와 루비는 집에 오면 스쿨 아이돌 얘기와 더불어 쿠니키다 하나마루에 대한 얘기를 자주 입에 올리곤 했다.

책을 좋아하는 소녀.

아는 지식이 많아 루비의 궁금증도 자주 풀어준다고 했었다.

집이 절이라 문명에 대해선 빠삭하지 못하다는 소녀.

함께 도시로 놀러 나갈 때면 여러 가지 물건에 신기해하며 그 순박한 점이 귀엽다고 말했다.

배려심이 깊은 소녀.

유독 루비에게는 더 친절하게 대해줬지만,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쿠니키다 하나마루의 상냥함을 가끔 화제로 삼을 만큼 학교에서도 착한 아이로 유명했다고 한다.

먹을 것을 좋아하는 소녀.

루비의 2, 3배는 먹는데도 불구하고 언제나 균형 잡힌 몸매가 유지 되는 건 학교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고 했었다.

루비에게 들은 이야기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었고, 언제나 그녀에 대해 듣기만 하는 내 입장으로선 조금 궁금해지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차차 시간이 지나고 루비와 그녀가 함께 고등학교를 입학해왔다.

입학식 강당의 무대 위에서 학생회장으로서 신입생의 환영사를 하게 되었을 때 한 눈에 그녀를 알아볼 수 있었다. 애초에 전교생이 적다든가, 루비와 함께 있었다든가. 그런 게 아니라 단상에 서자마자 곧바로 그녀의 모습이 눈동자에 들어오게 되었다.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일까. 얌전히 어깨에 내려앉은 자연 갈색의 머릿결과. 순진하게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호박색의 눈동자와. 은은하게 올라간 입꼬리의 미소. 두 손을 다소곳이 겹친 채 흔들림 없이 서 있는 모습을 눈동자에 가득 담으면서, 나는 신입생 환영사를 잘 마쳤는지 어쨌는지 기억하지 못한 채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녀와 내가 처음으로 대면하는 날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였다. 아직 Aqours9명이 전원 모이지 않았을 무렵. 그녀에게도, 나에게도 아직은 시간이 조금 남아있었을 무렵.

학생회 일을 하면서도 짬을 내 책을 읽었던 나는 자주 도서실에 들렀고, 작년 겨울 때 쯤 빌렸던 책을 봄에 반납하게 되던 날 도서위원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냘픈 손으로 나의 책을 건네받으며 방긋 웃어주던 그녀는 특유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재미있었냐고 물어보았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까, 적잖이 당황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책의 표지를 소중한 보물을 만지듯 쓰다듬으며 혼잣말로 나중에 꼭 보겠다는 말을 했었다.

이때의 나는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두루뭉술하고 붕 떠 있는 구름처럼 확실하지 않은 몽실몽실한 마음이 그저 답답했다. 소설 속 첫 눈에 반한다는 말은 믿어본 적도 없고 믿지 않았다. 그래서 그랬던 모양이다.

그녀를 볼 때마다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커지는 심장박동과 평상시를 유지하려 해도 자꾸만 실수해버리는 탓에 겨우 알게 되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랑에 알게 된 기간은 상관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루비나 요시코에 비해 짧은 기간을 보았고, 당신에 대해 아직도 많은 걸 모르는데도 이 감정을 사랑이라 불러도 될지 한참을 고민했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를 가두고, 당신의 마음 속 우선순위에서 나를 한참 미루었다. 중학교를 3년 내내 함께한 동생과, 어린 날을 함께 보낸 소꿉친구에게 양보한 채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당신이 나를 좋아했고.

어쩌다 보니 나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어쩌다 보니 연인이 되어 같은 대학에 진학한 우리는 마음이 변하지 않은 채 웨딩마치 속을 걷게 되었다.

새삼스레 되돌아봐도 순탄치 않은 연애과정이었다. 사귀기 이전에, 서로의 엇갈린 마음에 많이 싸우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간지러워유.”

손을 뻗으면 금방 당신을 만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아직도 와 닿지 않는 현실감각에 나는 당신을 몇 번이고 훑었다. 얼굴 위에 어지럽혀진 머릿결을 넘겨 열기가 오른 뺨에 입을 맞추어 보기도 하고.

입에도.”

사랑스럽게 졸라대며 내민 입술에도 조심스레 입을 맞추어 본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게 불만이었던 모양이다.

모처럼 신혼 첫날밤인디다이아는 이걸루 만족해유?”

으음.”

나는 아직까지도 그녀가 소중했다. 아니. 물론 그녀도 나를 소중히 여기는 건 분명하다.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것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차이가 있는 것뿐이었다.

더욱 아끼는 사람일수록 깊은 스킨십을 통해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너무 아끼는 바람에 손조차 못 대는 겁쟁이가 있다. 나 같은 경우 후자였다. 오늘은 계획까지 세워서 왔는데 그녀의 상기된 뺨과 뽀얗게 드러난 어깨를 보자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 계획이고 나발이고 아무리 내 거라지만 이렇게나 아름다우면서 귀엽고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감히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입을 다물고 망설이고 있자, 그녀가 나의 목덜미에 양손을 감싸 안으며 일어나 먼저 입을 맞추었다. 입을 맞추었다가 떼고, 다시 맞추고그러면서 떼었다가 이번에는 혀로 입술을 핥으면서 나를 넘어뜨렸다. 그 행위만으로 머리가 뜨거워지고 몸이 천천히 그녀와 섞일 준비를 하듯 힘이 들어간다.

그랬다. 항상 망설이기만 하며 물러서는 나를 이끌어준 사람은 그녀였다. 먼저 고백을 한 사람도. 손을 잡은 사람도. 입을 맞춘 사람도. 침대로 이끌어준 사람도 모두 그녀 쪽이었다.

나의 위에서 볼을 물들인 채로, 조금 오기로 무언가를 참는 듯한 표정을 짓는 하나마루.

만족할 리가 없잖아요.”

나는 그녀를 꼬옥 끌어안으며 뒹군다. 옆으로 누운 채 그녀를 바라보다가 나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쭈욱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즈라. 어쩜 이리 아름다운 사람인 걸까유.”

몸을 밀착시키고 입술을 맞추었다. 지금껏 그녀의 손에 이끌려 왔다. 그러니까 오늘만큼은. 아니, 신혼을 맞이하는 오늘부터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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