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러브라이브 선샤인

[다이루비] 비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가 빗소리에 묻혔다. 어느새 창문을 흔들 정도로 거세진 비바람. 비도 적절히 와야 일정한 리듬이 있고 독서하기 좋은 법이다. 조용히 책을 덮고 커튼을 걷어냈다. 창문에 넘칠듯 흐르는 비.

"비는 싫어하지 않았지만ㅡ."

도쿄에 올라와 아직 채 일 년이 지나지 않았다. 카난과 마리. 두 사람 몰래 멋대로 선택하고, 나아가기로 마음먹은 이 길. 실은 나만 그랬던 건 아니었으나 우리들은 누구도 서로의 길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아간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이제 후회하는 법 보다는 반짝임을 찾으려 노력하는 법이 몸에 익어버린 모양이었다.

미련이 없다고하면 완전한 거짓이었다. 비가 창문을 무섭게 노크하는 날이면 우치우라에 놓고 온 게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여러 감정이 스친다. 처음엔 입술이 자연스레 호를 그린다. 그러다가 조금 눈물이 나올 것 같기도 했다. 놓고와서 불안한 감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아이라면 괜찮다고 알기에. 대견하고 사랑스럽고 멋진 나의 여동생이 이젠 혹시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에서 우러나온 슬픔이었다.

비가 오는 날은 여동생 쿠로사와 루비가 내 방에서 함께 자는 날이었다. 똑. 똑. 비가 창문을 때리고 있다는 것에 눈치챌 즈음 루비가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소맷자락에 달린 하늘하늘한 프릴. 분홍색 베이스에 곰돌이가 자수되어 있는 파자마는 귀여운 루비에게 선녀의 날개옷처럼 어울렸다. 루비는 가슴 한가득 베개를 품고 입을 연다.

"언니ㅡ. 있잖아. 오늘... 같이 자도 돼ㅡ...?"
"쿡쿡. 루비도 참. 어쩔 수 없네요."

그 날 밤은 루비의 이야기를 잔뜩 들을 수 있어 기뻤다. 오늘 하루 어떤 일을 했는지. 또 겨우 생기게 된 친구의 이야기. 뮤즈의 이야기와 스쿨 아이돌 연습했던 이야기도.

그렇지만 지금 루비는 나 없이도 잘 수 있게 되었다. 대견하게도 나를 의지하지 않고 혼자의 힘으로 설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렇게 나 없이 반 년. 루비는 이제 나의 도움은 필요하지 않겠지. 그런 생각이 자꾸 떠올라ㅡ.

"지금의 비는 조금ㅡ..."

좋은 일이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내 생각을 해주는 편이 솔직히 더 기쁘다. 한숨을 쉬고 다시 책을 펼쳤다. 그 순간 휴대폰에 울리는 진동. 전화? 카난 씨나 마리 씨려나요. 집어든 휴대폰에 비친 글자는 생각치도 못한 사람이 있었다. 아니.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지금 전화가 올 거라곤...

"전화 받았습니다."
"언니ㅡ."
"루비. 오랜만이네요."

서로 바쁜 생활 탓에 전화할 타이밍이 언제나 어긋났었다. 거의 일주일만일까.

"무슨 일인가요, 루비?"
"응ㅡ.. 지금 이쪽 비가 오고 있어서. 언니 생각이 났어. 헤헤... 루비. 비 오는 날이면 언제나 언니 방에서 잤으니까."
"그렇... 군요."
"응! 언니, 도쿄는 어때?"
"아. 이쪽도 쏟아지고 있네요. 후후."
"언니, 기분 좋아 보여. 무슨 일 있었어?"
"저도 마침 루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전화가 와서. 쿡쿡. 그게 기뻐서 웃고 있는 거에요."
"언니도 루비 생각 해줬구나. 기뻐. 루비 있잖아, 역시 아직 언니랑 같이 자고 싶어. 같이 있고 싶어. 혼자서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데도 아직 언니가 없으면 안 되나 봐. 언니가 보고싶어ㅡ."

아... 그렇군요. 그런 거였네요. 도움이 필요없다,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런 게 아니었어요. 루비는 지금 혼자서도 잘 하고 있어요. 그건 누구보다 제가 잘 알아요. 서로를 의지하고 보고싶어하는 것. 서로에게 필요로 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그건 분명ㅡ.

"저도 루비가 굉장히 보고싶은걸요. 그건 분명... 가족으로서 당연한 일이에요. 그러니까 루비ㅡ. 걱정하지말고 지금처럼 힘내주세요."
"...응! 언니...!"

비는, 싫지 않네요. 역시...ㅡ
똑똑. 창문을 두들기는 비의 소리는 아마 당신도 제 생각을 하고 있냐는 마음을 향한 노크일지도 모르겠네요ㅡ.

'러브라이브 선샤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마쿠아 샤론]CYR Love  (0) 2018.12.06
#마왕소환au _ 요시코 시리어스  (0) 2018.09.27
#마왕소환au - 그래서 누가 제일 세?  (0) 2018.08.09
판타지AU_2학년 #2  (0) 2018.08.04
판타지AU_2학년 #1  (0) 2018.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