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러브라이브 단편

그 남자의 연애사정 : 호노카


가로등 불빛이 깜빡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거리를 환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저녁 8시가 되었음에도 주변은 낮처럼 밝았다. 아니, 세상을 가린 밤이라는 장막에 거리를 빛내는 가로등과 아직도 불을 켜고 있는 여러 가게들. 심심할 틈 없이 주위를 가득 메운 아름다운 일루미네이션. 형형색색의 트리가 장식되어 낮보다 훨씬 로맨틱하고 환상적이었다.

물론 이렇게 밝은 건 꼭 불빛 때문은 아닐 것이다. 손잡고 거리를 거니는 연인들의 평소보다 한층 들뜬 핑크빛 분위기도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아쉽게도 하늘은 구름에 가려, 별까진 보이지 않았지만 그런 건 개의치 않다는 듯 다들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어디론가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들 사이에 끼어 얼어붙은 손에 하아, 하고 입김을 불었다. 하얀색 김이 공기 중에 흩어지면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멀리서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찾았다!”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신비한 목소리.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짓고서 목소리가 난 방향을 돌아보았다.

활짝.

이 거리를 비추는 모든 것 중에서도 최고로 밝게 빛나는 미소와 함께 호노카가 크게 손을 흔들며 뛰어오고 있었다.

방울이 달린 하얀색의 털모자. 머리색과 같은 오렌지 색 머플러. 갈색코트의 앞섶 사이로 보이는 빨간 하트가 그려진 스웨터까지. 그녀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기다렸어?”

살짝 고개를 저어 부정. 그러자 호노카는 의심스러운 눈치를 보내더니 에잇!”하고 남자의 손을 꼭 잡았다.

손이 꽁꽁 얼었잖아! 역시 많이 기다린 거 맞지? 그치? 정말!”

그렇게 많이 기다린 건 아니지만손이 차가우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멋쩍은 듯이 웃고 고개를 살짝 들어 시선을 피한다. 호노카는 그런 나의 모습을 반히 쳐다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있잖아.”

고개를 다시 돌려 호노카를 바라보자, 그녀는 씨익하고 장난스럽게 미소를 짓고는 살며시 앞으로 나아가 발돋움했다.

……?”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시간이 얼어붙은 것처럼 일제히 동작을 멈추었다. 지근거리에 있는 호노카만이 눈에 들어왔다. ? 한순간 그렇게 생각했지만 입술에서 전해져오는 부드럽고 상냥한 온기가 이 상황이 꿈이 아니라는 걸 확연하게 알려주었다. 호노카가 조심스레 입술을 떼자 영원같았던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헤헤고마워.”

부끄러운 듯이 등을 돌린 호노카에게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먼저 입을 맞춘 주제에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상당히 귀엽다. 그 모습에 몸이 살짝 달아오르며 당장이라도 끌어안고 싶은 충동이 솟아올랐다. 호노카의 온기를 한 번 더 느끼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며 한 걸음 다가간 순간

눈이다!”

호노카가 고개를 들고서 말했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흐린 구름 사이에서 새하얀 눈이 내려와 가로등과 일루미네이션 불빛을 받으며 예쁜 춤을 추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의 부끄러웠던 감정들은 어디 갔는지, 호노카는 한 가득 공중에서 춤추는 따뜻한 눈 사이를 뛰어다니며 기분 좋은 강아지처럼 나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정말이지, 어쩔 수 없다니까.

나는 호노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털모자에 붙은 눈을 털어내었다. ‘우우~’하고 고개를 숙인 호노카의 콧잔등에 눈이 살포시 내려앉아 사르르 녹아내렸다.

평소에는 믿음직스럽고 항상 누군가를 이끌어주는 호노카가 이럴 때보면 마냥 어린애 같아 보이는 게 신기하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나에게만 보여준다는 사실이 그만큼 기쁘고 행복했다.

, 갈까?”

천진난만하게 손을 잡아끄는 호노카. 나는 그 손에 이끌려 넘어질 뻔하면서도 그만큼 그녀의 손을 더욱 꽉 붙잡고 겨우 발걸음을 나란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