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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라이브 단편

린마키, 반짝이는 별하늘 아래 피아노의 선율

 

방과후를 알리는 종소리. 창문 너머의 하늘을 바라보자 벌써 아름다운 저녁놀이 세상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후아~ 끝났다~.”

린도 하늘 높이 기지개를 켜고 마음껏 하품을 했어요. 그러고 있자니 드륵, 하고 교무실의 문이 열리면서 학생들이 방긋 미소를 짓고는 린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습니다.

선생님, 내일 봐요!”

오늘도 재밌었어!”

린도 손을 흔들어주면서 미소를 지어주었습니다.

, 내일 보자!”

휘릭하고, 학생들이 빙글 돈 순간 스커트자락이 휘날렸어요. 몇 번이고 보아온 교복. 몇 년이고 내려온 오토노키자카의 자랑거리 중 하나. 오토노키자카를 졸업하고, 대학을 졸업한 뒤 바로 이곳의 선생님으로 왔지만 여전히 오토노키의 교복은 예쁘고 귀엽다면서 주위 학교에게 인기가 많아요.

. 그런 거예요. 린은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그 때에 비해 조금 철이 들었답니다. 머리도 여자아이처럼 등허리까지 길고, 치마도 자주 입어요. , 하는 고양이 말투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린이 졸업한지는 4. 호노카네 2학년은 5, 에리네 3학년은 6년이 되었네요. 그래도 매일매일 연락을 주고받곤 있답니다.

호노카와 우미, 마키는 가업을 이어 아직 주위에서 볼 수 있어요. 마키네 병원은 잘나가서 시간이 없는 관계로 자주 볼 순 없지만요. 노조미는 세계 일주를 하다가도 문득 눈치 채면 돌아와 있답니다. 오늘도 문자가 왔어요. 에리는 번역가, 하나요는 맛있는 밥집. 니코는 요전에 패스트푸드점의 점장이 되었다고 모두에게 연락을 돌렸었습니다. 그리고 코토리는 무려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그 분의 밑에서 수련을 하고 있대요. 프랑스에 가 있지만, 노조미와는 다르게 정기적으로 일본에 돌아와서 뮤즈끼리 모이는 날엔 참여한답니다.

정말 신기해요. 아직까지도 스쿨 아이돌이었던 게 엊그제인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그게 벌써 몇 년 전의 일이라니. 아직 모두와 연락해서 그런 건지. 그게 아니라면 아직 린이 오토노키자카에 남아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어느 쪽이든 걸어온 발자취가, 함께 보아왔던 경치가, 하나가 되었던 마음이 이렇게 남아있다는 건 좋은 거라구 생각해요.

아 참, 선생님!”

쏘옥, 하고 교무실 문 앞에서 고개만 내민 아이는 체육이 특기인 1학년 학생. 린의 고등학생 시절과 닮아서 그런지 죽이 잘 맞아 지금 가장 친하게 지내는 학생입니다.

린이 고개를 갸웃하고 아직 안 갔니?’라는 얼굴로 쳐다보자 그 아이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손으로 V자를 그렸습니다.

니히힛, 내일 기대하고 있어요!”

내일? 하고 되묻기도 전에 그 아이는 그럼~!’하고 활기차게 손짓을 하며 나갔습니다.

아아, 전에 알려준 적이 있었나? 후후, 그래도 한 번밖에 말 안했을 텐데 용케 기억하고 있네.’

기특하기도 하고, 솔직한 심정으로 기쁘다는 마음이 더 앞섰어요. 사실 내일은 111. 린의 생일이랍니다. 그래서 오늘 노조미에게 문자가 왔던 거예요. 일본으로 돌아왔으니 내일은 다 같이 모여서 파티를 하자고, 모두가 있는 대화방에 그렇게 얘기했답니다.

호노카와 우미는 바로 찬성. 코토리도 오늘 야간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 며칠 일본에 있다가 돌아간다고 해요. 하나요와 니코도 내일은 비워보겠다고 하고, 에리도 가끔은 밖에 나가지 않으면 몸이 버티질 못한다면서 곧장 오케이라고 대답해주었습니다.

에리의 생일 이후니까 안 만난 지 11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모두와 얼른 만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 거려요.

하지만 이번에도, 그녀는 참석하겠다는 문자를 주지 않았습니다.

 

[마키 : 미안. 이번에도 못 갈 것 같아. 환자의 수술이 예정되어 있는데 조금 큰 수술이라 3시간 예정하고 있어. 수술이 끝난 뒤에도 잠시 지켜봐야 될 것 같아서. 미안해, .]

[: 으응, 괜찮아. 마키 바쁜 건 다 알고 있는 걸?]

[호노카 : 후후, 그럼 린쨩 생일 날 다 같이 마키쨩 만나러 병원으로 쳐들어갈까!]

[우미 : 그만두세요!]

[에리 : 그만두렴!]

[니코 : 그만둬!]

[마키 : 조금은 어른이 되라구, 호노카.]

[호노카 : 흑흑, 호노카두 이미 어른이라구!!]

[하나요 : 아하핫.]

[코토리 : 후후, 호노카쨩은 커서도 호노카쨩이구나~?]

[노조미 : 어쩔 수 없제. 마키쨩 빼고 재미~있게 놀믄 되는 거 아이가?]

[마키 : 그런 말해도 하나도 안 부러워.]

[노조미 : 솔직하게 부러워해도 된대이? 우리 사이니께.]

[마키 : 쉬는 시간 끝났으니까 나중에.]

 

이런 식으로. 마키를 포함한 모두는 성인이 되어도 변한 건 없답니다. 예전처럼 웃고, 떠들고, 장난치고. 저희는 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저희를 둘러싼 환경은 변해갔습니다.

마치 시시각각 발 빠르게 변화하는 마을, 아키하바라처럼. 급격하게 변화했음에도 저희가 변하지 않았던 건 분명 모두의 마음이 한 데로 이어졌었으니까. 변화하는 마을 아키하바라를 받아들이면서도, 변하지 않는 오토노키자카를 지키고자 했던 그 마음이 남아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저희는 스스로 변함없이 주위를 둘러싼 환경에 적응해갈 수 있었던 거겠죠.

그래서 더더욱 마키에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습니다. 고등학교 때 가장 좋아했던 그녀. 그리고 린을 가장 좋아해준 그녀가 누구보다도 제게 오고 싶어 했던 건 말 안 해도 서로 아는 사실이니까요.

그래도 이 쓸쓸한 마음은어떻게 할 도리가 없나 봐요. 이것만큼은 어떻게 해도 적응이 되질 않아요. 가슴 한 가운데가 공허하게 뚫려서, 가시 돋친 물고기가 그곳을 휘젓고 다니는 듯한 감각.

노랗게 물든 퇴근길의 풍경. 저 멀리서 웃으며 걸어가는 절친한 사이의 두 여자아이를 멍하니 보다 괜히 핸드폰의 전원 버튼을 눌러보았습니다.

알람 0.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은 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래도 내일은 뮤즈의 모두와 만나니까게다가 린을 위해 모여 주는 걸. 풀죽으면 안 돼.’

그렇게 자신을 타이르며 집에 도착한 린은 핸드백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침대로 쓰러졌습니다.

 

으읏, 추워라.”

아무래도 쓰러지자마자 잠들었던 모양이에요. 피곤이 많이 겹친 탓일까. 하기야 요즘 기말 테스트 때문에 몇 번이나 철야했으니까.

휴대폰의 전원을 켜니 벌써 밤 1153……, 어라? , 이거……. 혹시나 잘못 본 건 아닐까,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해 봐도 알람은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었어요.

부재중 전화 1. 문자 메시지 2. 혹시나 싶어 얼른 눌러보았습니다.

[마키 : , 생일파티 못가서 미안하게 됐어. 어찌어찌 시간을 내보려고 했지만 역시 안 될 것 같아. 정말로 미안.]

첫 번째 문자는 이걸로 끝. 역시 그렇겠지. 상황이란 건 쉽게, 자신의 사정에 맞춰 변하는 게 아니니까요. 린은 이걸로 기대를 내려놓고 두 번째 문자를 보았습니다.

[마키 : 그 대신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오늘, 아니 내일 00시에 음악실로 와줄래?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 , 00시라니, 지금 몇 시…… 1154!? 어째서! 어어어어어어어어쩌지!? , 그게, 그러니까일단은 그게머리도 조금 눌렸고, 그치만, 그치만 마키쨩이 기다리고 있어. 지금 뛰면 절대로 안 늦는 걸. 어라이즈가 인정해준 전국구 클래스의 운동신경이라면 가능하다구! 게다가 린, 체육교사도 하고 있으니까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로도 훈련 게을리 하지 않았으니까!

이렇게 생각했던 때가 린에게도 있었습니다. 재빨리 운동화를 신고 나온 건 좋았지만 문제는 옷차림.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잠든 바람에 정장 치마를 그대로 입고 나와 버렸습니다. 그야 린도 여자애니까, 체육교사라고 해서 체육복 차림만 하고 있진 않는 걸! 수업이 다 끝나면 제대로 갈아입는 걸! 우으.

되돌아가서 갈아입는 시간조차 아까워, 린은 일단 그대로 뛰었어요. 하지만 제대로 속도가 나오질 않는 바람에 오토노키자카에 도착한 시간은 0017. 벌써 이런 시간! 어찌어찌 교문의 담을 넘어간 뒤 잠겨 있지 않은 비밀 루트를 통해 잠입. 그리고 곧장 음악실로 향했습니다.

빠르게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이제 곧 음악실. 하나, , 도착! 소음도 신경 쓰지 않고 확 음악실의 문을 열어젖히자

늦어.”

퉁명스럽게 말하면서도 장난스러운 미소를 띤 얼굴. 그때와는 다르게 조금 성숙한 미가 엿보이는 얼굴입니다.

안 오는 줄 알았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얼굴에는 처음부터 올 거라 믿고 있었다고 전부 쓰여 있었어요. 린도 마키의 말에 농담으로 받아쳤습니다.

그럼 아침까지 기다릴 거면서.”

, 다른 선생님들이 오기 전엔 돌아가야지. 확실하게 불법침입이고.”

.”

.”

서로 동시에 웃음이 터져버렸습니다. 소음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고 한동안 웃어댄 린과 마키는 겨우 진정한 뒤에 웃음 때문에 고인 눈물을 닦아내었습니다.

후아, 내일 큰 수술이 있는 거 아니었어?”

오후부터니까 괜찮아. 차라리 오전 일찍 있었으면 생일파티에는 갈 수 있었을 텐데.”

조금 어색해진 분위기 속에서 마키가 그러니까.”하고 다시 입을 열었어요.

지금 주려고.”

? 무엇을?”

그렇게 되묻자 눈치 없이 그러지 말라는 듯 한심한 눈으로 린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는 마키. 너무해!

예전부터 눈치가 없다니까. 일단 거기 앉아.”

음악실의 의자를 가리키는 마키. 마키는 제가 앉는 걸 보고 기다렸다가 피아노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뒤 피아노 의자에 앉아 건반 위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렸습니다.

잠시 후 울려 퍼지는 피아노의 음색. 풍부하면서도 조화로운 선율이 아무도 없는 음악실을 가득 메우면서 순식간에 다른 세계를 만들어버렸어요. 모든 것이 단절된, 린과 마키만의 세상. 그곳에 있는 건 지금의 린도, 지금의 마키도 아니었어요. 언제나 추억으로만 존재할 것 같았던 함께 걸어온 길이 다시 한 번 펼쳐져있었습니다.

예전처럼 웃고 떠들고, 점심시간에는 가끔씩 이렇게 마키와 함께 음악실에 와서 마키가 피아노 치는 것을 턱을 괸 채 듣고 있고. 하나요와 둘이서 저도 모르게 잠이 들면 마키쨩이 담요를 덮어준 주제에 깬 다음에는 화를 내고.

변하지 않은 우리들. 그렇지만 세상이 변해가는 건 막을 방법이 없어요. 그렇기에 우리들이 변하지 않는다고 해도 어디에 있는지는 변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하지만 마키는 지금만큼은 그런 것들 전부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마키의 손가락이 건반을 어루만지듯 움직일 때마다 린에게 손을 내밀어 상냥하게 쓰다듬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연주가 끝나고 마키가 피아노에서 손을 떼었습니다.

……왜 그렇게 싱글벙글 웃고 있는 거야?”

히히. 마키쨩, 졸업하고 피아노 안 친다구 했다냐!”

, , 그건…… 린이야말로! 고양이 말투 안 쓴다고 했잖아!”

, 정말이다! 그치만~ 마키쨩이 먼저 피아노 쳤는걸!”

, 그야…… 주고 싶었단 말이야. 올해는 꼭.”

살짝 볼을 빨갛게 물들이고선 고개를 돌리고 의사 가운을 고쳐 입는 마키쨩. 린은 씨익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쿡쿡, 그런 거 알고 있다냐!”

린은 그런 마키쨩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그리고 너무너무 좋아서 린도 모르게 끌어안아버렸어요.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장미의 향이 아찔하니 린의 온몸을 간질여왔지만 린은 마키를 품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 잠깐, . 움직이기 불편하다구.”

조금만, 조금만 이렇게…….”

하아, 정말이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살짝 한숨을 내쉬면서도 표정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는 마키쨩. 마키쨩은 끌어안은 린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주었습니다.

, 말하는 거 잊어버릴 뻔했네. , 생일 축하해.”

. 고마워, 마키쨩. 최고의 생일 선물이야.”

오랜만의 작곡이지만 잘 된 것 같네.”

……부우, 마키쨩 얘기라구.”

으에엣. , 부끄럽게 그런 말 하지 마!”

에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