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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라이브 단편

노조에리, 모두가 돌아간 후에


노조에리 : 모두가 돌아간 후에

 

오늘은 1021, 나 아야세 에리의 기념할만한 생일이 되었어야 했는데.

미안해, 모두들. 이런 일이 되어버려서.”

아뇨, 괜찮습니다.”

응응! 생일파티는 다시 에리쨩이 나은 다음에 해도 되니까!”

따뜻한 웃음으로 나를 감싸주는 우미와 호노카.

몸 상태 관리가 중요한 스쿨 아이돌인데도 불구하고 감기에 걸려버렸지 뭐야. 확실히 10월은 환절기니까 다들 감기에 조심하고 있고, 나도 그럴 생각이었는데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손님. 아무래도 기쁘게 맞아줄 순 없지만, 그래도 이게 나으면 올 겨울엔 감기 없이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얌전히 누워있는 중이야.

에리~ 아플 때도 언제나 니코니코니~ 라구? 방긋 웃으면 감기도 행복 파워에 얼른 날아가버릴 테니까! , 죽은 냉장고에 넣어놓았으니까 저녁에 아리사랑 같이 먹도록 하구.”

그렇게 말하면서 내게 스마일 파워를 전해주는 니코와,

에리쨩, 맛있~는 디저트도 넣어놨어. 무엇인지는 그때의 즐거움으로~ 후훗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쉬잇, 하고 입술 앞에 집게손가락을 세우는 코토리.

약은 여기 위에 올려놓겠다냐~!”

에리쨩, 얼른 나아야해.”

에리. 이거 해열제. 혹시라도 열이 오르면 한 스푼 마셔야 돼? 알겠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봐주는 1학년 3인조. 정말이지, 이 아이들과 같이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니까. 감기 같은 건 금방 사라질 것만 같아.

, 너무 오래 있는 것도 그러니 저흰 돌아가도록 하죠.”

, 우미쨩, 미안. 내는 쪼매 더 남아있을 께, 먼저들 가래이.”

에리를 혼자 두는 건 조금 걱정이었는데 다행이네요. 알겠습니다. 여긴 노조미에게 맡기고 돌아가죠. 아쉽다는 표정해도 안 됩니다, 호노카. 린도 내려가면서 코토리의 디저트 먹을 생각하지 마세요! 그럼.”

노조미와 우미가 눈인사를 했어. 모두를 데리고 내려간 우미. 방금 전까지 시끌벅적하고 꽉 차 보였던 방. 그 온기는 아직도 이렇게 두 손에 남아있어서, 어쩐지 조금 쓸쓸하면서도 행복한 기운이 맴도는 것 같았어.

에릿치.”

?”

미안. 내만 아무것도 준비 못했대이.”

조금 풀죽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노조미. 그게 너무 귀여워서, 노조미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어루만지며 빙긋 웃었어.

괜찮아. 노조미는 내가 아프단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달려와 줬는걸.”

그치만.”

땀범벅에, 안색은 또 파랗게 질려가지곤쿡쿡누가 보면 죽을병에 걸린 줄 알겠어.”

, 걱정 안 할 수가 없다 아이가! 아리사는 집에 없지, 에릿치 혼자 있다가 쓰러지면 누가 병원에 신고하는디!”

. 그러니까 고마워. 노조미가 달려온 게 누구보다도 가장 큰 선물이니까, 너무 풀죽을 필욘 없어.”

그렇게 말하면서 노조미의 뺨을 살며시 만졌더니, 노조미가 조금 뾰로통한 표정으로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거 있지? 아이 참, 노조미는 또 뭐가 맘에 안 드는 걸까?

역시 내는 납득 못한대이. 내가 스스로 해주고 싶다 안 카나. 머 받고 싶은 선물, 있나?”

단단히 삐질 대로 삐진 노조미. 그렇다면 이런 공격은 어때?

키스라든가?”

쿡쿡. 키스는 가장 사랑하고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온기를 전해주는 행위. 여자아이라면 다 퍼스트 키스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 싶어 하는 걸. 그러니까 노조미. 노조미는 그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선물?!

무방비 상태의 나에게 확 다가오는 노조미의 입술. 한 순간 세상이 따뜻함에 감싸이면서 어쩐지 노조미밖에 없는 세계가 되어버리고, 달달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어.

…….”

……………!!!”

분명 4초도 안 되었던 것 같은데 방금 세계가 영원히 이어진 듯한 신비한 감각에 빠지면서 머릿속에 겨우 패닉이 몰려온 거야.

후아. ……이런 걸로 괜찮겠나, 에릿치?”

, ?”

, 잠깐…… 잠깐잠깐…… , 방금 나 노조미랑 키, 키스……! , 그치만 역시 키스는 가장 소중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하는 걸!? , 노조미는 몰랐던 걸까? 당황해하는 내 얼굴이 보였는지 노조미는 피식,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었어.

에릿치. 무슨 일이 일어난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대이.”

, 그치만! 그야 키스는.”

. 소중한 사람.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는 거, 맞제?”

우읏?!”

밝게 빛나는, 세상에서 가장 환한 웃음으로 노조미가 말했어.

내가 가장 사랑하고, 내한테 가장 소중한 사람. 그거 역시 에릿치 말하는 거 아이가?”

…………………!!!!!!”

, 그 웃음은 반칙이야, 노조미……. 이런 생각을 했더니 다시 노조미가 가까이 다가왔어. 숨소리가 들릴 정도의 지근거리. 조금만 앞으로 나아가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서로의 온기. 따뜻한 입술. , 그치만.

눈을 꼭 감고 있는 내게 노조미가 나지막이 속삭였어.

에릿치가 싫다면안 할 건디?”

……, 싫다는 게 아니라.”

아니라?”

아아, 정말! 나도 하고 싶어! 나한테도 노조미가 가장 소중한 사람인 걸! 노조미 좋아하는 걸! 그치만, 역시 감기 옮으니까, 지금은 됐어.”

─♡

하고 웃음을 터트리는 노조미. , 뭐야! 남은 이렇게 심각한데, 노조미는 어째서

그런 거 걱정하고 있던 기가? 처음부터 알고 있었대이. 감기가 옮겨지면 좋은 거제. 에릿치의 아픔을 내게 덜 수 있으니께. 그리구 이미 키스해버려서 늦었대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노조미가 다시 다가왔어. 이번엔 천천히. 아까 느끼지 못한 시간을 다시 한 번 새기려는 듯이, 그 달콤한 입술로 나의 입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