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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라이브 선샤인

[나마쿠아 샤론]CYR Love

“아~ 놀았다, 놀았다!”
높이 기지개를 켜고서 만족감 넘치는 웃음을 짓는 그녀. 무심코 그녀가 하늘에 뻗은 손을 좇자 저 멀리 서서히 얼굴을 감추는 해가 보였다.
“놀이동산에서 셋이 논 건 오랜만일지도.”
“그야 그렇지. 다들 요새 많이 바빴잖아.”
안쨩과 나를 번갈아 보곤 쓴웃음을 짓는 슈카. 그 말대로 최근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이 바빠졌다. 전엔 Aqours의 일이 아니어도 서로 만나 카페에 가거나, 포토제닉 촬영을 하러 돌아다닐 시간이 있었지만 라이브를 거듭하고 점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준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감할 정도가 되었을 땐 수많은 일이 들어왔다. 그나마 쉴 수 있는 주말도 가끔은 일이 들어와, 이렇게 셋이 일정을 맞추는 건 힘들었지만.
“어떻게든 일정을 맞출 수 있어서 다행이었네.”
“히히, 안쥬도 막 연극이 끝난 참이고. 아이아이도 나도 잡지 촬영이 끝난 직후의 휴식기가 마침 겹쳤으니까 말야.”
지금까지의 한을 풀기라도 하듯 나와 슈카, 안쨩은 처음부터 모든 놀이기구를 전부 타자! 하고 뛰어 들어갔다. 줄이 있고, 놀이기구들도 너무 많은 탓에 전부 타진 못했지만 타고 싶었던 건 탈 수 있었다. 관람차나 회전목마 같은 느긋한 기구부터 악 소리가 절로 나오는 절규머신. 가위바위보로 진 사람은 귀신의 집 한 바퀴 돌기 같은 장난도 쳤다. 결국 내가 걸렸지만….
정말로 잔뜩 웃었다. 턱이 아플 정도로 미소를 짓고, 배가 아플 정도로 많이 먹고. 전신에 힘이 빠질 때까지 놀았다.
우리 세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손을 잡고 천천히 걸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미소. 볼을 간질이는 미풍에 희미하게 섞여있는 들뜬 분위기. 식지 않는 열기들을 피부로 느끼며 어쩐지 놀이동산은 라이브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지금밖에 없는 이 순간을 최대한 즐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언제까지고 계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마음.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없잖아 있었다.
“아. 저거 봐.”
안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쪽을 바라보자 멀지 않은 곳에 아치형의 터널이 보였다. 깨끗한 흰색으로, 얇은 호를 그리는 조형물이 여럿 나란히 이어져 있었다. 천장 쪽 틈 사이엔 장미넝쿨이 서로 얽혀 아름다운 꽃을 피워 냈고, 양 사이드의 틈 사이에는 형형색색의 둥그런 전구가 길을 밝혀 그 아래를 지나다니는 사람 모두 축복하는 느낌이 들었다.
“와아, 예쁘다.”
슈카가 솔직하게 감탄했다. 나도 “응.”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세 사람은 반짝임에 이끌리듯 터널로 향했다.
“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안쥬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잠깐 화장실 다녀올 테니까, 두 사람은 여기 있어.”
“엑? 그럼, 나두…!”
그렇게, 슈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쌩하니 안쥬가 뛰어갔다.
“이럴 때보면 진짜 막무가내야. 남의 말도 끝까지 안 듣고 말이야.”
글쎄, 어떨까나. 방금 전까지 안쥬가 보고 있던 터널 앞 간판에 자연스레 눈이 향했다. 슈카는 좀 더 주변을 살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금 나 쓴웃음 짓고 있으려나.
“슈카, 우린 안의 벤치에서 기다리자. 아니면 슈카도 화장실?”
“으음~ 후리하타 두고 가는 건 싫으니까. 일단 안쥬가 올 때까지 있을까나.”
털썩, 곁에 앉아 활짝 웃는다. 역시 세계가 사랑하는 미소. 보는 것만으로 이쪽까지 웃게 된다. 나는 일부러 뜸을 들이듯 기지개를 켜면서 살짝 입을 열었다.
“있지. 슈카는 안쥬의 어디가 좋아?”
“푸흡!”
슈카가 전력으로 고개를 숙였다.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귀가 붉게 물든 게 보였다. 아. 너무 스트레이트였나. 그치만 어쩐지 분위기도 좋고, 안쥬와 슈카 사이를 응원하는 나로선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슈~카?”
콕콕, 정수리를 찌르자 슈카가 벌떡 일어났다.
“악!?”
슈카의 머리에 턱이 부딪쳤다. 방금 따닥, 하고 이빨도 부딪쳤어, 아파. 아윽.
“헉, 아이아이, 괜찮아!?”
“아으윽, 괜찮, 진 않은데. 아파.”
“미안! 진짜 미안!”
턱을 문지르며 슈카를 째려보다가 양손으로 볼을 붙잡고 쭈욱 늘렸다.
“히아내~ 아하아~(미안해~ 아파아)~.”
“슈카는 안쥬의 어디가 좋아?”
슈카의 볼을 놓자 아팠는지 두 손으로 뺨을 문질렀다. 진지한 얼굴을 하자 슈카도 으음, 하고 곤란한 신음을 내며 머리를 긁적였다. 머릿속으로 안쥬를 생각하고 있는지 얼굴엔 금세 미소가 번졌다.
“완전히 나랑 다른 타입인 점이려나.”
“슈카랑 달라? 그런가? 웃음 코드라든가, 식성이라든가. 서로 잘 맞지 않아?”
“진지한 얘기는 사이토에게 왠지 부끄럽습니다만. 그러니까 여기서만의 이야기. 알았지?”
숨을 들이쉬고 가볍게 내쉰 슈카는 머리 위의 핀 장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가 연기하는 캐릭터, 와타나베 요우의 목소리로.
“사실 사이토 슈카는, 스스로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답니다!”
쓴웃음을 지으면서. 슈카는 그렇게 말했다.
“힘들 때야말로 웃고. 벽이 있다면 깨부수고. 걱정 보다는 그 시간에 꿈을 치열하게 쫓아가. 안쥬는 그런 사람이야. 평소엔 조~금 멍하고. 둔하고. 바보인데다 외고집이지만.”
“슈카도 꿈에 관해선 양보하지 않잖아?”
“나는 양보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거야.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랑, 그러려고 하는 사람. 엄청난 차이가 있어.”
“차이?”
“안쥬는 뒤를 돌아보지 않지만, 나는 돌아본다는 거. 안쥬는 어디에 서 있든지 흔들리지 않지만 나는 가끔 불안하고 무섭기도 해. 정말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몇 번이고 혼자 되물어. 자신이 없어. 막상 그 때가 되면 결국 즐거운 분위기에 휩쓸려 해내버리지만. 나는 모두가 좋아하는 사이토 슈카로서 잘 하고 있는 건지, 그런 걸 신경 쓰고 말아. 언제나 자신을 못 믿는 나를 좋아하지 않아.”
평소답지 않은 약한 말을 뱉었다.
“그러니까 그런 안쥬 같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 태양 같이 빛나는 미소로 꿈을 쫓아가며 주변 사람들을 미소 짓게 만들어주는 안쥬가. 나는 아마 안쥬의 그런 면에 이끌린 걸지도.”
“안쥬는 올곧은 점이 있으니까.”
그렇지만 슈카.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건 그만큼 자신을 진지하게 여기는 거야. 약한 자신과 마주보고, 강하게 있으려고 노력하고, 뒤를 볼 줄 알기에 더욱 성장해나가. 안쥬와는 반대의 타입이지만, 아마 안쥬는 그래서….
“다녀왔어. 슈카는 화장실 안 가도 돼? 아니, 슈카도 화장실 갔다 와!”
“엑? 강제로!?”
“강제로!”
“나도 같이 갈게.”
슈카의 등을 떠미는 안쥬. 나도 슈카의 손목을 잡고 일부러 끌고 갔다.
“말하는 사이에 화장실 안 가고 싶어졌는데.”
“괜찮으니까~. 아. 그럼 저거 사 갈래?”
“응? 아까 봤던 전구. 이거 파는 거구나. 오? 색도 있다. 주황, 파랑, 분홍. 왠지 샤론같아!”
“우연 엄청나네.”
“그럼 난 파랑색!”
슈카가 전구를 집어들자, 점원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름을 이 종이에 써서 전구 안에 넣는 거에요.”
“이름? 제 이름?”
“응? 아뇨아뇨. 여기 보시면...”
직원이 간판을 손으로 가리켰다. 사랑의 랜턴. 랜턴에 진실한 마음을 담아 장미터널에 걸어보세요, 라고 쓰여 있다. 각 랜턴 색에도 의미가 있었다. 주황은 항상 사랑하기를. 파랑은 항상 함께하기를. 분홍은 항상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기를. 로맨틱한 전구였다.
슈카는 설명 간판을 보고 곧장 이해했는지 건네받은 종이에 금방 이름을 썼다. 그러고는 종이를 전구 안에 소중히 넣어 주머니에 넣었다.
“슈카, 먼저 가서 달고있어. 나도 금방갈게.”
“응!”
슈카와 거리가 멀어지는 모습을 보고 점원에게 말했다.
“종이, 2장 받을 수 있나요?”

돌아오니, 두 사람은 벤치에 앉아 대화하고 있었다. 안쥬 몰래 전구 다는 건 성공한 모양이네. 나는 총총총 달려가 두 사람의 손을 잡았다.
“슬슬 갈까?”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다가 웃으며 동시에 말했다.
“찬성!”
그렇게 등을 떠밀고. 멀어져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전구 달아야지.”
주머니에서 분홍색 전구를 꺼내어 정성스럽게 터널에 달았다. 문득 옆에 있던 주황색 전구에 불이 들어왔다. 이름이 쓰인 종이가 전구색으로 밝게 빛나 선명하게 보였다. 역시, 그렇구나.
“후리!!”
“아이아이! 얼른! 여기서 보면 엄청 예뻐!!”
둘의 목소리. 손을 엄청 흔들고 있다. 팔 안 아프려나, 싶을 정도로. 그리고 나도, 다리가 아플 정도로 빨리 두 사람의 곁으로 뛰었다.
“와, 어두워지면 이렇게 불이 들어오는 거구나.”
“되게 예쁘다.”
샤론색으로 물든 장미터널. 사진을 좋아하는 내가 깜빡하고 넋을 잃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우리 셋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잡은 손에 꽉 힘을 주었다.
누군가는 생각한다.
항상 사랑하기를.
누군가는 생각한다.
항상 함께하기를.
누군가는 생각한다.
항상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기를.
그리고 아마 우리들은 생각한다.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되길.
언제까지고, 샤론이 계속 이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