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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라이브 선샤인

#마왕소환au - 그래서 누가 제일 세?

#마왕소환AU 그래서 누가 제일 세?

 

여차저차 질투의 악마로서 눈을 떠 현 교만의 마왕, 분노의 마왕, 음욕의 마왕의 도움을 받아 전혀 자질이 없는 내가 마왕이 되었다. 세 명의 말로는 인간이면서 마왕을 소환할 정도니 재능은 있다, 라곤 하지만. 내가 마왕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엔 아직은 마음이 인간들을 많이 생각해 잔혹해질 수 없고, 질투의 마왕인데 질투도 제대로 못하니 원 자질이 없는 게 맞지. 하지만 그럼에도 마왕의 힘은 제대로 작용했다. 내가 전 질투의 마왕에게 뺏은 힘. 역시나 마왕급 클래스는 달라도 달라. 하지만 막 마왕이 된 내가 이 정도인데, 그럼 이 사람들은 대체 얼마나 센 걸까.

더위를 잔뜩 먹어 머엉, 하니 소파에 쳐져 있는 분노의 마왕, 카난 씨.

귀여운 펭귄의 모습으로 스쿨 아이돌 잡지를 보며 히죽 웃고 있는 교만의 마왕 다이아 씨.

차가운 물을 받아놓은 세숫대야에 들어가 바다표범 모습으로 둥둥 떠다니는 음욕의 마왕 마리.

아무리 봐도 약하잖아, 이 사람들. 제대로 싸우는 모습도 못 봤으니 말은 못 하겠지만. 질투의 마왕을 토벌할 때도 이 세 사람이 마왕성에 들어갔다 나오니 상황은 종료되어 있었고. 사실 힘이 비슷해서 세 명이 질투의 마왕 하나를 다구리 친 건가? 그런 건가?

요시코 씨도 지금이라면 저희와 비슷하겠네요.’ 그런 대답을 기대하며 일부러 헛기침을 해 주목을 끌었다.

어흠. 있잖아요.”

…….”

제가 너무 궁금한 게 있어서 그런데…… 사람이 말을 걸면 좀 들어!”

우웅?”

와아. 올해 폭염이 맞긴 맞나보네. 그 카난 씨가 우웅?’이라고 말하는 걸 보니. 거기, 바다표범이랑 펭귄도 최소한 얼굴은 제 쪽 봐주시면 안 될까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마리 씨가 내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유독 나를 쳐다보는 다이아 씨의 얼굴엔 주름이 잡혀 있었다. 딱 봐도 짜증내고 있잖아. 미칠 듯한 더위는 마왕의 정신도 어지럽히는 효과가 있는 건가.

정말이지, 요시코 씨! 지금 저는 스쿨 아이돌 프로필 외우기에도 바쁩니다. 짧게 해주시죠.”

다이아 씨에 한해선 더워서 그런 게 아니었나보다. 내 말보다 스쿨 아이돌이냐고. 대마왕이라는 사람이. 대마왕이라는 사람이! 어쨌든. 이제야 정말로 궁금한 걸 물어볼 수 있다. 나는 한껏 분위기를 잡고 엄숙하게 물었다.

마왕 중 가장 강한 마왕은 누구에요?”

?”

쿠울.”

쿠울2.”

바다표범, 돌고래 자지마! 펭귄,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지 말라고요! 정말 궁금한 걸 물어본 건데 왜 그런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건데요!”

그야 한심하니까 그런 겁니다.”

진지한 얼굴로 돌아간 다이아 씨. 이건 설교 모드다. 스쿨 아이돌 잡지도 완전히 덮었다. 펭귄이 뒤뚱뒤뚱 걸어와 내 앞에 뾱 앉더니 입을 열었다.

마왕이 가진 힘은 전부 강력하지만 상성이 있어요. 요시코 씨가 자주 하는 RPG 게임을 예로 들어보죠.”

흠흠.”

마법사와 전사, 버프. 직업군을 크게 나눠보면 이렇게 되지요?”

, 뭐어.”

여러 직업이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공통된 하나의 포지션을 갖고 있다. 전사 계열은 체력과 방어력이 타 직업군에 비해 높아 전열에 나서서 직접 공격을 한다. 마법사 계열은 한 마디로 공격력이 높은 원거리 딜러다. 꼭 마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궁수, 포술가, 거너 같은 계열이 속해있는데 공격력이 높은 대신 방어력이 낮다. 버프는 힐러, 저주술사 같은 직업들. 적에게 디버프를 걸거나, 아군에게 이로운 효과를 준다거나. 공격력은 낮지만 적으로 상대하려면 까다롭다.

각각의 상성을 무시한 채 한 데 모아놓고 싸우라는 건 전혀 공평하지 않지요.”

그거야 그렇겠지만.”

교만, 탐식, 분노는 물리적 전투계. 나태, 음욕은 버프계. 질투는 마법사계에요. 지금의 탐욕은 꽤나 능글맞은데다 정보전에서 철저하게 준비해 싸우기도 전에 이기는 타입이죠. 그렇다보니 아직 능력을 본 적이 없습니다. 싸우면 누가 이길지 아무도 알 수 없어요.”

헤에, 그렇구나.”

조금 재미없네. 하지만 확실히 마왕의 힘을 가진 자들끼리 싸우는 건 불가침 영역이라는 기분도 든다. 목숨이 99개라도 모자랄 것 같고. 무엇보다 인간계가 남아날 것 같지 않아. 나 생각해보니 괜한 질문을 한 거잖아? 휴우, 이런 걸로 불타오르는 사람들이 아니라 다행이네.

그런데 다이아 씨는 언제 제가 하는 게임을 그렇게 잘 알게 됐어요?”

그야 당연히 요시코 씨가 매일 학교 다녀올 동안 집에서 심심하니 조금 만졌. 이런 인간계의 지식은 마왕에게 필수적인 것이에요, 요시코 씨.”

……잠깐. 제 세이브 파일, 덮어씌웠어요?”

. 아니.”

제가 그렇게 게임은 건들지 말라고 얘기했는데!”

, 삐깃!?”

음 뭐어. Magic만 쓸 수 있다면야 다이아와 카난한텐 가볍게 Win 할 것 같은데.”

타천 포박류를 쓰려고 다가간 순간 불길하게 들려오는 낮은 음성. 뒤를 돌아보니 벌렁 뒤집어져서 헤엄치는 건지 죽은 건지 알 수 없던 바다표범 한 마리가 눈에 보였다. 아무도 싸우는 일 없이 원만하게 해결하려했던 다이아 씨에 대해 저 태도로 중얼거린다니이건 명백한.

호오? 마리 씨. 그 말이 명백한 도발행위라는 건 알고 계십니까?”

순간 멈춰 선 다이아 씨. 나도 포박류를 포기하고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장난은 끝. 펭귄 주위에 피어오르는 검은 오오라가 불안했다. 아니, 저 사람은 왜 갑자기 도발을바다표범이 얼굴을 물속에서 얼굴을 들었다. 재미있는 걸 찾아낸 개구쟁이 같은 표정. 일부러였냐!!!!

마법사용을 허하더라도 당신의 마법이 제게 들을 리가 없지 않나요. 거기 누워 있는 카난 씨라면 모를까.”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곁눈질로 카난 씨를 보자 아니나 다를까. 다이아 씨의 말에 반응하듯 지느러미가 쫑긋 움직이고 있었다. 금세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 카난 씨가 슬금슬금 몸을 일으켜 입가에 호전적인 미소를 띤 채 다이아 씨를 노려보았다.

그래봤자 태생은 하급마족.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걸까나, 다이아.”

어머. 아무도 그런 말은 안 했습니다만.”

내가 마리에게 매료당한 건 태생이 하급마족이라 그런 게 아니니까 말이야.”

검은 오오라가 소용돌이치자 세 사람의 모습은 완전히 마왕 폼으로 변해있었다. 동시에 대치하고 있는 여섯 개의 뿔. 침을 삼키면 그 소리가 울릴 것만 같은 정적 속에 긴장감이 고조되어갔다. 망했다. 망했다. 망했다. 망했다. 망했다. 제발 살려주세요, 부처님, 하나님, 공자님, 맹자님, 알라님, 산신령님, 천사님, 이 못 말리는 마왕들을 말려주세요.

땀이 한 방울. 뺨을 타고 흘러 턱에 맺힌다. 이윽고 바닥을 향해 떨어진 순간

 

똑똑.”

 

세 사람의 눈이 동시에 현관을 향했다. 현관문은 아무런 잘못 없잖아요, 마왕님들 부디 노여움을 풀어주시옵고 제 집만은 무사하게 해주세요.

, 누구세요.”

겨우 침을 삼키고 슬금슬금 움직여 현관문을 열었다.

요소.”

. 닫았다. 아니아니, 이 현관문은 원래 닫혀있었다. 못 봤다. 나는 아무것도 못 봤다. 금줄을 뿔에 달고 푸른색 안광이 잡아먹을 듯 빛나면서 상어 같은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고 웃는 잘생긴 마족 같은 건 본 적이 없.

콰앙!

말할 때 문을 닫으면 어떡해, 요시코 쨩. 요소로~.”

내 기도가 무색하게. 저 세 사람 중 하나에게 부서질 거라 생각했던 믿음은 어디서 소식을 듣고 찾아온 다른 마족에게 현관문 째 부서져나갔다.

, 요소로.”

남의 현관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부숴놓고 그 상큼한 미소는 뭐냐고. 뭐냐고!

당신은 부른 적 없습니다만. 탐욕.”

으르렁거리며 다이아 씨가 요우 씨를 견제했다. 다이아 씨는 적의를 가지고 상대를 바라보는 행위로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 뇌가 얼어버릴 정도로 오싹한 시선 속에 요우 씨는 여전히 능글맞은 미소로 양 손을 들어 휘적 젓는다.

딱히 싸우러 온 건 아니라구요. 그냥 재미있는 볼거리가 생긴 것 같아서 이렇게.”

그리고는 공중에서 짝, 마주치고 떼자 순간 영화관에서나 볼 법한 큰 팝콘통이 튀어나왔다. 안에 수북하게 쌓인 금화 중 하나를 집어 어금니로 물고 말을 이었다.

구경하러 왔을 뿐인 걸요. 하는 김에 이걸 영상으로 만들어 팔면 앉아서 돈이 들어오지 않을까. 이 정도 생각하고 있어요.”

농지거리치곤 재미가 없네요.”

“Love하는 Angel 하나 힘으로 데려오지 못하는 마왕이 여기 있어도 될까나~? 우리 힘에 찌부러지지 않겠어~?”

까득. 금화를 깨무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남은 반쪽이 땅으로 떨어져 장소에 맞지 않게 청명한 음을 냈다. 웃고 있다. 미치도록 웃고 있다. 입가가 찢어질 정도로 웃고 있는 요우 씨 엄청 위험해!???

꼭 보고 싶으시다면야. 당장 그 입을 찌부러뜨리는 걸로 제 힘을 증명할 수 있는데 말이죠. 그리고 못 데려오는 게 아니라 안 데려오는 겁니다.”

어느새 요우 씨의 흰자가 검은 색으로 물들었다. 안에서 빛나는 무감정한 푸른 눈은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죽인데도 변함이 없을 것 같아, 그게 더 섬뜩하고 무섭습니다. 젠장, 왜 하필 우리 집에서, 과거 역대 마왕 중 최강이라 불려도 손색없는 대마왕 넷이!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눈으로 무섭게 쳐다보고 있는 거냐구!!

잘 생각해보니 원인은 저였습니다. 고작 그 한 마디가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냐고! 제발, 제발 아무나 도와줘어어어어엇!!!

 

수습이 불가능해진 요시코는 이 자리에서 도망쳐 하나마루의 집에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후일담. 다음 날, 집이 사라져있어도 놀라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어째서인지 외관이 너무 멀쩡해 눈을 세 번이나 비볐다. 안심보다는 의문이 앞서 재빨리 집 안으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보인 건.

 

루비. 아니, ……나태.”

 

책상에 앉아 턱을 괸 채 꾸벅꾸벅 졸고 있는 그녀의 모습. 어떤 붉은 보석보다도 아름답게 빛나는 적발. 턱을 괴어 밀려올라온 뺨이 어쩐지 귀엽게 느껴졌다. 그 밑으로 갸름한 손목. 목선을 훑고 내려오면 쇄골이 살며시 매력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디에 내놓아도 흠잡을 데 없는 이 아이가 마왕인 거지. 어디에 내놓지도 않을 거지만.

머엉하니 바라보자 툭, 하고 미끄러진 루비가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 그리곤 느릿하게 일어나 주위를 살폈다. . 눈이 마주쳤다.

좋은 아힘, 요히코 쨩.”

아직 졸음이 안 가셨는지 루비가 잠긴 목소리로 말을 흐리며 인사했다.

. 좋은 아침.”

이미 오후라는 말은 나오지도 않았다. 다른 마왕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저기, 루비.”

?”

여기에 있던 마왕 네 명 못 봤어?”

아아. 언니랑 언니의 친구들.”

루비의 눈동자가 향한 곳은 내 방. 조용히 문을 열자 온화한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렸다. 어느새 침대에 네 개의 인형이 아닌, 동물폼으로 변한 마왕들이 세상모르게 자고 있었다. 설마 이거.

. 루비가 했어. 인간계는 어찌 되든 상관없지만 마왕끼리 싸워서 득을 보는 건 결국 천사들이니까.”

나태. 그 능력은 시간의 흐름을 늦추고. 사람을 나태하게 만든다. 무섭네, 나태라는 건.

그런데 재웠으면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괜찮은데.”

? 후후. 그러네. 요시코 쨩도 왔으니 이제 가볼게. 그렇게 됐으니 치카 쨩도 나쁜 짓 할 생각 말고 가보는 게 어때?”

, 잘 가 루…… ?? 천사가 와 있어!?”

내가 네 사람을 재운 후로 계~.”

루비의 졸린 눈이 적의를 가져 탁하게 흐려진다. 살 떨리는 적의에 모습을 드러낸 건 정장을 입은 한 사람. 귤색 머리에, 루비와 마찬가지로 무해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요우 씨에게 지지 않을 능구렁이.

아이 참. 나태도 너무하네.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틈 하나 전혀 보여주지 않는 걸.”

, 그랬어?! 그냥 졸고만 있던 게 아니구나.

이래봬도 지금은 언니를 대신해서 마계를 통치하는 마왕이니까. 천사에게 다른 중요한 직위의 마왕은 넘겨주지 않을 거야.”

. 그럼 이번은 나태의 노력을 봐서 물러나기로 할까나. 하암~ 나도 밤 샜더니 졸리고 말야.”

내가 모르는 사이 대체 이 집에선 몇 번이나 세계의 위기가 벌어진 걸까. 이번 사건 말고도 떠오르는 수많은 기억에 고개를 저었다. 세지 말자. 세면 슬퍼진다.

그럼 요시코 쨩, 언니들 부탁할게.”

다음에 또 보자.”

방금 전까지 꿈을 꾼 듯 두 사람의 모습은 눈을 깜빡이자 사라졌다. 어젯밤 하나마루의 집에서 거의 9시 정각에 잤으니 환영을 봤을 리도 만무하고. 이번 일은 루비가 가장 강한 마왕이었고, 천사로부터 모든 마왕을 지켜냈다는 것만 알고 조용히 넘어가자. 그렇게 나는 다시 한 번 쓸데없는 말을 입에 담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