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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라이브 선샤인

판타지AU_2학년 #1

판타지AU_2학년

#1

 

옛날옛날, 마족이 존재하지 않았던 먼 옛날. 아주 못 되고 귀차니즘인 이 세계의 신은 변덕으로 세계를 만들었다. 자신이 세계를 만든 주제에 관리에는 소홀했다. 인간들은 그럼에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이 이상 없을 행복한 세계를 만들었다. 다툼이 없는 세계. 부족함 하나 없는 세계. 그렇기에 인간의 수는 나날이 늘어가기만 했다. 역경, 고난. 어떠한 재해가 와도 힘을 합쳐 뛰어넘었다. 이 세계를 잊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한 번도 손을 빌려준 적 없던 신은 어느날 문득 생각했다.

 

아ㅡ. 인간의 수가 너무 많은데. 내가 일일이 없애도 다시 태어나잖아. 정기적으로 손대는 건 귀찮으니 나 대신 인간을 쓸어버릴 녀석을 만들어야겠네.

 

신은 새로이 마족이라는 종족을 만들어내고 인간을 죽여야한다는 세뇌를 걸었다. 그러나 이 좁은 세계에 인구 수를 늘리는 건 내키지 않았는지 인간들을 뽑아 마족으로 바꾸기로 했다.

누군가 마족이 되지 않으면 결국 모든 인간을 없앤다고 말한 신. 전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계따윈 어디에도 없었다.

마음씨 여린 한 소녀가 손을 들고 나섰다. 소녀는 아름다운 이 세계를 좋아했다. 특히 자신의 눈동자색을 닮은 바다를 좋아했다. 시야가 모두 파랑 일색으로 변하는 게 기분 좋았다. 저 멀리 이어진 푸른 지평선에 노을이 걸리는 걸 좋아했다. 넘실대는 파도도. 그 위를 유유히 나는 갈매기도. 자유로이 헤엄치는 물고기도.

소녀는 사람을 좋아했다. 매일 아침, 종을 쳐 시작을 알리는 부지런한 아저씨를 좋아했다. 세계에 대해 살아가는 방식을 가르쳐주었던 선생님을 좋아했다. 같이 뛰놀며 머리에 꽃을 꽂아준 친구를 좋아했다. 돌아가는 길에 배고프지 않도록 감자 한 두 알을 쥐어주던 아주머니를 좋아했다. 따뜻하고 큰 팔로 자신을 안아주던 아빠를 좋아했다. 상냥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엄마를 좋아했다.

그 누구도 이 세계에서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중한 사람이 소중한 사람을 상처입히는 모습이 보기 괴로웠다. 미움 받는 역할을 떠넘기기 싫었다.

각오를 하고 신의 앞에 섰을 때, 소녀의 짧은 회색머리가 바람에 흔들렸다. 신은 소녀가 비정해질 수 있는지 시험했다. 소녀가 가장 좋아했던 바다는, 소녀가 힘을 쓰자 반소멸했다. 소녀는 신의 힘과 육체를 나누어 받어 마족의 왕이 되었다. 소녀는 늙지 않고, 죽지 못하게 되었다.

소녀가 걱정된 다른 한 소녀도 손을 들었다. 남색 긴 머리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소녀는 이 세계도, 사람들도 싫어했다. 신에게 버림받아 운이 없는 줄로만 알았더니 신은 이 세계 자체에 관심이 없었다. 붉은 눈동자는 불행의 상징이라며 천대받고 핍박 받았다. 이 소녀는, 단 한 명. 자신을 색안경 쓰지 않고 봐준 마왕소녀만을 좋아했고 마왕소녀만이 세계의 전부였다.

신은 이 소녀를 시험했다. 소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이곳의 반대편에 있는 인간들이 죽었다. 소녀는 마왕소녀보다는 적은 양의 힘을 받았으나 어쨌든 늙지 않고, 죽지 못하게 되었다. 소녀는 마왕의 보좌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