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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라이브 선샤인

판타지AU_2학년 #2

#2

 

마왕 와타나베 요우.

마왕 보좌 츠시마 요시코.

시간이 지나 두 이름은 인류 최악의 재앙이라 불렸다.

 

신의 세뇌에 마족의 의사가 개입될 여지는 전혀 없었다. 마족은 인간을 만났을 때 제어할 수 없는 적의가 끓어오른다. 그렇게 되면 상황종료. 인간의 힘을 아득히 넘어선 존재가 전력을 휘둘러 사냥을 시작하면 살아남을 확률은 극히 적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요우조차 천 년을 살면서 손을 한 번도 더럽히지 않을 순 없었다.

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

작게 움츠러든 어깨. 축 늘어진 손끝에서 떨어지는 피가 땅에 고여 비릿한 냄새가 올라왔다. 생생할 정도로 새빨간 대량의 피, 점토처럼 흩어진 인간의 살점과 내장을 볼 기회 따위 요우에게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전부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낸 시체. 인간을 죽이고 세뇌가 풀려 제정신으로 돌아온 요우가 몇 번이고 위액을 토해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저 우연찮게 인간과 만났을 뿐인데, 그 인간은 자신 앞에 형체조차 남기지 않고 산산조각이 났다. 요우는 주저 없이 자신의 눈을 찔렀다. 그러나 이미 인간이 아닌 요우에게는 적절한 조치가 아니었다. 찌른 직후, 그 자리에서 곧바로 나아버린 두 눈동자는 여전히 붉은 피와 살점을 각막에 새겼다.

요우.”

헤헤난 괜찮으니까. 게다가 나만 힘든 것도 아닌 걸. 요시코쨩도.”

요우와 같은 붉은색으로 물들어있는 손. 희미하게 떨리는 손을 꽉 쥐어 뒤로 숨겼다.

딱히 그렇진. 그것보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제대로 정하지 않으면 안 돼.”

. 그러네.”

이 참사를 계속 되풀이할 순 없는 일이다. 마족은 두 사람뿐이 아니었다. 신은 요우와 요시코에게 마족으로서 데려갈 인간을 고르라고 말했다. 잔인하게도 그 운명은 거역할 수 없었다. 다행인 건지, 고를 수 없는 요우와 요시코를 위해 평범한 아이에게만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았던 다른 사람들이 나서 함께 갔다.

그저 사람이 없는 곳을 향해 정처 없이 걸었다. 가다가 인간을 죽이는 경우도 있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인간을 보지만 않으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모든 마족들은 눈가리개를 만들어 착용했다.

그렇게 그들은 인간이 살 수 없는 가혹한 환경을 가진 곳으로 이동해 거처로 삼고, 주변을 힘으로 정리해 마족들이 살기 쉽게끔 만든 뒤 거대한 장벽을 쳤다. 이곳에 혹시라도 인간이 들어올 수 없도록.

그 판단은 현명했다. 더 이상 마족에게 피해를 입는 인간은 없었고, 마족은 인간에게 잊혀져 전설로서만 존재하게 되었다.

평화로운 시간은 지속되지 않았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고 했던가. 강산이 100번은 넘게 바뀔 동안 마족들이 사는 땅은 점차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어갔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땅은 상상 이상으로 비옥해졌고, 자원이 풍부해졌으며 지리적으로 이점이 많은 땅이 되었다.

이제 요우가 인간이었던 유토피아의 시대는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다. 인간은 욕심을 부릴 줄 알게 되었고, 그걸 위해서라면 잔인해질 줄도 알았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그 욕심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지도자가 생기고, 땅 위에 나라들이 세워졌으며, 점차 작은 마을들이 늘어나 길이 이어지지 않은 곳이 없었다. 딱 한 곳. 요우가 장벽을 세운 마족의 공간을 제외하곤 세계지도는 밝았다.

각 나라의 왕은 고민했다. 존재하는지 사실여부를 모르는 인간 외의 존재. 나라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병사도. 무기도. 방어구도 모두 소용없다는 괴담. 두려움 때문에 저 보물 가득한 땅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 요우가 이미 천 년 전에 세운 장벽 또한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무기로 뚫기 어렵지 않을 정도로 풍화되어있었다. 각 나라는 모험가 조합을 세우고 자신들이 가진 병사 외에 돈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실력자를 골라 파티를 편성했다.

인간들의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며 풍족한 땅을 독차지한 장벽을 깬다는 건 역사적인 순간이자 기념비적인 순간이었다.

그리고.

요우와 요시코가 원하든 원치 않든, 인류 최악의 재앙이라고 불리기 시작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