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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라이브 선샤인

[요우치카] Wedding With You

Wedding With You

 

요우는 어렸을 적부터 만능 해결사였다. 어렸을 적부터 치카가 곤란한 일이 있다면 맨발을 벗고 달려왔다.

 

언젠가 한 번, 어렸을 적에 두 사람의 가족끼리 커다란 수영장에 놀러간 일이 있었다. 아직 초등학생도 채 안 된 치카와 요우에게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인 커다란 사건이었다. 전 날은 두근거림에 잠이 안 왔고, 당일엔 가장 먼저 잠에서 깼다. 눈을 뜨자마자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창문을 열어젖힌 뒤 저 멀리 바다에서 고개를 내민 해에게 누마즈보다 멀리 있는 수영장에 간다고 자랑했었다. 정작 자랑을 받은 해는 귀여운 어린아이의 치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곤란했을 테지만.

 

이렇게 당찬 어린아이가 커다란 수영장에 도착하면 어떻게 될지는 안 봐도 빤했다. 그래도 일단은 주의를 주는 어른들 앞에서는 순진한 어린양처럼 고개를 끄덕여 보였지만, 지겨운 잔소리처럼 느껴질 법한 얘기가 끝나기 무섭게 치카와 요우는 풀사이드를 가로질렀다. 뒤에서는 요우 어머니의 또 시작이냐는 한숨과 치카 어머니의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미끄러져 허공에 따뜻한 공기가 맴돌았다.

 

어린이 풀에 도착한 두 사람은 노골적으로 실망했다는 얼굴을 드러냈다. 이래선 시민 수영장과 다를 바가 없는걸. 누가 중얼거렸는지도 모를 정도로 작은 말이 한숨소리에 섞여 나왔다.

 

수영장 자체는 컸지만, 큰 만큼 사람이 훨씬 많았다. 어린이 수영장에는 살을 부대끼지 않으면 서있을 수 없을 정도로 꽉 차 있었다. 물에 담가놓은 콩나물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대로 포기할 치카가 아니었다. 풀이 죽어선 어쩌지, 하는 요우와 대조적으로 치카는 한껏 고개를 들고 주위에 눈을 돌렸다.

 

홍옥을 똑 닮은 눈동자에 밤하늘의 별빛이 내린 듯 아름답게 반짝였다.

 

요ㅡ쨩!”

?”

꼭 어린이 풀이 아니어도 되잖아! 여긴 어른들도 많으니까 어른들 풀도 괜찮을 거야!”

?! 잠깐만 치카쨩! 위험해! 혼날 거라구~?!”

괜찮아괜찮아! 튜브도 있으니까!”

 

어린이 풀의 밖에는, 파도처럼 물이 밀렸다 나가는 풀. 평범한 어른 풀에, 가만있어도 절로 물이 흐르는 풀과 빙글빙글 미끄럼틀까지. 재미있는 것들로 가득 차 있는데 놀이기구를 타지 않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을 정한 치카는 요우의 손을 잡고 미끄럼틀로 향했다.

 

어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미끄럼틀은 아이가 튜브를 몸에 끼고 타도 공간이 넉넉할 정도로 컸다. 줄은 다소 길었지만 치카답지 않게 얌전히 기다렸다. 마음속으로는 안달복달했으나 분명 다른 사람도 함께 즐기는 편이 몇 배는 재미있으리라고 생각했을 테지. 기다리다 지쳤을 즈음 컴컴한 미끄럼틀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치카의 마음속 조바심은 두근거림으로 그 모습을 탈바꿈했다.

 

타자, 요ㅡ쨩!”

!”

 

차례가 돌아오고 미끄럼틀에 몸을 걸친다. 바닥에 흐르는 시원한 물이 묘하게 기분 좋은 간지러움을 전해주었다. 안내원이 신호를 보내자 치카와 요우는 미끄럼틀을 잡고 있던 손을 떼었다. 몸을 자연스레 맡기자 순식간에 통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도중, 갑작스레 요우의 얼굴을 무언가가 때렸다. 부드럽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것. 아프진 않았지만, 요우는 순간 등골을 달리는 서늘하고 불쾌한 감정에 눈을 치켜뜨고 앞에 내려가는 치카를 보았다.

 

, 치카쨩!”

~?!”

튜브가ㅡ!”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치카가 먼저 튕겨나가 물에 잠기고, 요우가 그 뒤를 따랐다. 튀어 오른 물살에 눈을 감고 잠시 숨을 그쳤지만, 얼른 얼굴을 닦아낸 요우는 튜브에서 몸을 빼내어 잠수했다.

 

하이다이빙, 배워놔서 진심으로 다행이야. 물속에서 눈을 뜨자, 아직 멀지 않은 아래쪽에 치카가 서서히 잠기고 있었다. 요우는 빠르게 잠수해 치카의 손을 붙잡고, 남은 한 손으로는 근처 어른의 손을 붙잡았다.

 

화들짝 놀라 잡힌 손을 바라본 어른은 요우의 긴박한 얼굴과 눈을 감은 치카의 얼굴을 보곤 재빠르게 상황을 파악해 두 사람을 건져내었다.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몸을 아끼지 않는 게 와타나베 요우다. 스쿨아이돌 활동을 할 때에도 자신보다 멤버에게 먼저 생각이 닿는 요우였다. 자신의 의상은 언제나 마지막. 신경을 쓰긴 하지만 멤버의 의상을 생각하는 시간에 비하면 그 양이 적기에 자잘한 데코를 넣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모두는 귀엽다고, 예쁘다고 칭찬일색을 하지만 정작 자신이 그런 얘길 들을 때면 아하핫, 그렇지 않아. 하고 발뺌을 했다. 그런 요우에게 치카는 어느새 남몰래 불만을 품고 있었다.

 

스쿨아이돌 활동을 함께 해주는 것이다. 도와주는 게 아니다. 같이 보폭을 맞추어 나아가기로 했으면서. 어째서 요우는 정작 중요한 순간이 되면 뒤로 한 걸음 물러나 지켜보는 것일까.

 

치카는, 그게 싫었다.

 

오늘이야말로 절대로 귀엽다는 말을 하게 만들 거니까.

 

그렇게 다짐하고 치카는 자신의 위치에서 고개를 들면 보이는 창가를 응시했다. 잘 보이진 않지만, 실루엣이 움직이는 듯한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 괜히 손에 땀이 났다.

 

양손에 힘을 주자, 품 안에 보물처럼 안고 있던 포장지가 부스럭 소리를 내었다. 뭉개지지 않을 만큼 힘을 주었다가 자연스레 다시 푼다.

 

깨끗한 사파이어 색의 포장지를 고루 펴고, 치카는 심호흡을 했다. 이제 두 손으로는 셀 수 없을 만큼 요우의 집에 자주 들렀었다. 아무런 언급도 없이 막무가내로 가출해 요우의 집에 머무른 적도 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요우의 집, 치카의 집 어느 쪽이든 함께 있었고, 무슨 일이 없어도 그저 느긋한 시간을 같이 보내곤 했었다.

 

이제 와서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스꽝스러워 혼자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몸 안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걸 느끼며 치카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초인종을 눌렀다.

 

치카는 포장을 한 손으로 옮겨 등 뒤로 숨기고, 한 손으로는 앞머리를 추슬렀다. 혹시나 이상하게 보이진 않을까.

 

이미 시간은 방과후를 진즉에 넘어섰다. 연습이 끝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 개인의 여가시간을 보낼 터였다. 그러나 치카는 어제부터 쭈욱 생각해놓은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집에 도착하자마자 방에 아무렇게나 가방을 던져놓고 욕실에 들어갔다.

 

연습 때 흘렸던 땀을 씻어내고, 좋은 향이 나는 샴푸와 바디워시로 몸을 깨끗이 했다. 샤워가 끝나고 나서는 골라두었던 푸른색 민소매 원피스에 귤색 땡땡이가 들어간, 평소의 치카를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는 얌전한 인상의 옷을 입었다.

 

전신거울 앞에서 빙글 한 바퀴 돌자, 치마 끝자락이 살랑거리며 나비처럼 날갯짓했다. 한 번도 연애는 해본 적 없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선 연인을 만나러 갈 때 자주 했던 행동이다. 예전에 보았던 것들이 머릿속에 플래시백 되면서 귀까지 빨개진 치카는 아무도 없어 침묵이 자리 잡은 방에 약간이나마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헛기침을 했다.

 

행여 누가 보고 있진 않을까. 아니, 구체적으로는 미토 언니가 보고 있진 않을까 싶어서 잠시 방문을 흘겨보고,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문까지 열어 복도를 살폈다. 다행히 이상 무. 치카는 주먹을 살며시 쥐고 조그맣게 기합을 넣은 뒤 선물을 들고 방을 빠져나와 요우의 집 쪽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은 것이다.

 

이제 와서 되돌리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되돌릴 생각도 없었다.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안쪽에서 익숙한 얼굴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보이시한 회색머리가 흔들린다. 아와시마의 바다처럼 사람을 부르는 투명한 푸른색의 눈동자가 커지는 게 보였다.

 

치카쨩?! 갑자기 무슨 일이야? 또 가출?!”

, , 그런 거 아냐! 요ㅡ쨩의 안에서 치카는 어떤 이미지냐구~!”

미토 언니가 괴롭히면 화나서 집을 나와 버리지만 정작 갈 곳이 없어서 일단은 우리 집에 와버리고 하룻밤 같이 자는 귀여운 이미지?”

그 이미지 하나도 안 귀여워!”

아하핫~, 그것보다 어서 들어와. 저녁은?”

아직!”

그럼 먹고 갈 거지?”

! 그럼 좋지~! 헤헤, 실례하겠습니다!”

 

벌써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요우는 초록색의 반팔 티와 움직이기 편하도록 허벅지가 다 드러난 베이지색의 쇼츠를 입고 있었다. 샤워는 미리 마쳤는지 요우의 뒤에 바짝 붙자 좋은 향기가 코끝에 맴돌았다.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며 떨려오는 가슴을 어떻게든 진정시킨 치카는 2층으로 올랐다.

 

밥까진 아직 시간이 있는데, 어쩌지?”

있잖아, 요ㅡ쨩. 그으, 생일선물 있잖아.”

, 어제 받은 거? 응응. 갖고 있어!”

 

어제라 함은. 실은 오늘은 평일이고 모두의 스케줄을 맞추기가 힘들어서 주말인 어제 요우의 생일을 축하하기로 했다. 아쿠아의 멤버 모두가 모여 크루징을 하며 선상 위에서 화려하고 성대한 파티를 즐겼다. 조금 심하게 놀았지만. 그래도 정말로 즐거운 파티였음은 확실했다. 따라서 선물 교환도 어제 마쳤건만, 치카는 요우에게 줄 선물을 하나 더 따로 준비해놓았었다. 모두의 앞에서 건네주기엔 부끄럽기도 했기에 이렇게 계획을 세워서 요우의 집에 찾아왔다.

 

그거 말고, 하나 더 줄게 있어.”

?! 그렇게 많이 받을 수 없다구?!”

 

손을 저어 거절의 의사를 보이는 요우에게 치카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한껏 볼을 부풀리고 거절을 거절하는 의사로 되받아쳤다.

 

, 치카쨔앙ㅡ?”

부우~! 어차피 요ㅡ쨩을 위해 산 거라서 괜찮다구! , 어서 옷부터 벗어!”

?”

~!”

 

우선 선물을 내려놓은 치카는 요우에게 성큼 걸어가 안경을 벗겼다. 그 다음, 양손을 붙잡고 만세를 시킨 뒤에 티셔츠를 위로 올렸다.

 

순간 맨살에서 바디워시의 아찔한 향기가 열기에 섞여 흘렀다. 군더더기 없이 아름다운 몸매. 살집이 없이 복근이 드러난 몸매에 치카는 숨을 쉬는 것마저 잊어버렸다. 아까보다도 훨씬 요동치는 가슴의 두근거림. 들린다. 들릴 거야, 이런 거! 입술을 잘근 깨물고, 치카는 손을 떼고 물러나 얼른 등을 돌렸다.

 

치카쨩?”

, 몰라! 이거 줄 테니까 얼른 갈아입어!”

 

, 바닥에 있는 선물을 침대에 던진 치카는 자리에 앉아 체육시간 앉기처럼 무릎을 세우고 끌어안았다. 반칙이라구, 저렇게 귀여운 얼굴에 그런 몸매 같은 거. 여자라도 반해버릴지 모른다구.

 

그러고 보니 요우는 학교의 인기인이었나. 평범치카와는 다르게, 언제나 사람들의 중심에 있었던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귀엽다, 멋있다, 예쁘다라는 말을 들어도 아니라고 잡아뗐지만.

 

수영부 아이들은 매일매일 요우의 몸을 보는 걸까나. 혹시라도 반한 아이가 있진 않을까. 아니, 없을 리가 없었다. 오랫동안 소꿉친구였던 치카도 이렇게나 흔들리는데 면역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한 방에 넘어갈게 분명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치카는 금방 시무룩해졌다. 바보털이 추욱 처지며 앞머리와 같이 내려갔다. 요우는 쭉 치카와 함께였지만, 그렇다고 요우가 치카의 것인 건 아니었다. 요우는 온전히 요우다. 중학생 때 한 번 갈라섰었던 때 느낀 감정. 질투? 그런 감정을 가질 필요도 없는데. 무엇에 질투하는 걸까. 외로움? 쓸쓸함? 지금 요우는 바로 손에 닿는 거리에 있고 언제나 만날 수 있는데다 거리낌 없이 대화도 할 수 있다. 아마 가장 가까운 건 분함, 이려나.

 

끌어안은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평범괴수 치캇치가 멋지고 귀여운 요우와 이어질 수 있을 리가 없다. 요우는 분명 치카보다도 훨씬 멋진 사람에게 대시 받은 적도 있겠지.

 

언제나 한 걸음 뒤에서, 멤버에게 귀엽다는 말을 해주면서 스스로의 일은 뒷전으로 미뤄두는 요우에게 귀엽다는 걸 알려주면, 요우는 치카를 떠나게 될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도 치카는 생각을 굽힐 맘은 없었다. 요우에게 용기를 주러 온 거니까. 함께 나아가자고 얘기하러 온 거니까. 만일 앞서가게 되어 함께 걸을 수 없게 되어도 요우를 탓하지 말자. 자신을 탓하지 말자. 요우에게 용기를 준 자신의 행동은 분명 틀리지 않았을 테니까.

 

그렇게 마음의 정리를 마칠 즈음, 요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 됐어.”

 

몇년이나 들었던 목소리는 지금껏 들어본 적 없을 정도로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놀란 감정과, 조금은 들뜬 기색이 묻어났다.

 

일어나서 뒤를 돌자, 멋진 신부님이 그 자리에 있었다.

 

하얀색을 베이스로 한 웨딩수트. 몸이 좋은 요우가 입으니 완전히 어른 여성처럼 보였다. 얼굴은 귀여움을 내포하지만, 동시에 어른스러움을 보여주는 핏은 어른들에게는 아이가 어른을 흉내낸 것처럼 보이겠지만 동년배 아이들에겐 3살 위의 언니라해도 믿을 수 있겠지.

 

이거.”

. 요ㅡ쨩의 사이즈는 전부 알고 있으니까 맞춤제작. 요ㅡ쨩, 언제나 자기 일보다도 남을 먼저 신경 쓰고, 스쿨아이돌 의상 제작할 때도 자기 건 가장 마지막이니까. 시간이 빠듯해서 스스로 원하는 귀여운 옷은 많이 못 입잖아. 그게 신경 쓰여서. 그리고 언제나 자길 귀엽지 않다고 얘기하니까, 요ㅡ쨩이 귀여움을 알아줬음 싶어서.”

 

어깨에 부드럽게 양손을 올리고, 거울 앞으로 요우를 미는 치카. 그리고는 상냥하게 웃었다.

 

. 요ㅡ쨩, 이렇게나 귀엽고, 멋있어. 요ㅡ쨩의 신부가 되고 싶을 정도로ㅡ, . , 아니!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구! 헤헤이렇게나 귀여우면 스쿨 아이돌이 아니라 진짜 아이돌도 할 수 있을지도. , 요ㅡ쨩이 스쿨아이돌에서 빠지고 진짜 아이돌이 된다 해도 응원할 테니까. 그러니까 언제나 한걸음 뒤에 있지 않아도 돼. 더 욕심 부려도 돼, 요ㅡ쨩.”

치카쨩. 아니. 바보 치카.”

? 바보치카?!”

혹시 그것 때문에 아까 선물주면서 시무룩했던 거야?”

들켰어?! 라니, 아냐! 그런 게 아니라

 

다시 등을 돌려 치카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요우. 푸른 바다를 담은 눈동자가 치카의 붉은 루비 같은 눈동자를 집어 삼킬듯 쳐다보았다. 숨이 멎는다. 기타의 현처럼 팽팽해진 긴장감이 방안을 메워간다. 요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분명히,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하기로 했잖아. 어떤 일이 있어도 함께 0에서 1로 나아가기로 했잖아. 나는 아이돌이 하고 싶은 게 아냐, 치카쨩. 치카쨩의 곁에 있고 싶은 거라구! 치카쨩이 설령 스쿨 아이돌이 아니라 스쿠버다이빙 부를 만든다고 했어도 난 함께 했을 거야. 예전부터 뭔가에 함께 몰두하고 싶었으니까. 모든 열정을 쏟아 부어서 치카와 푹 빠져서 하고 싶었으니까. 그러니까 그런 걱정은 필요 없다구, 치카쨩.

게다가 요즘엔 의상도 빠듯하진 않아서 나도 내가 귀엽다고 생각하는 의상을 최대한 재현하고 있어. 루비쨩도 도와주고 있으니까 말야.”

? 그랬어?! 매번 뒤에서 한 걸음 물러나서 보고 있는 건?!”

그건 습관이 되어서변명할 말도 없지만. 그래도 나, 라이브에서는 꽤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누구보다 앞에 서서 말이야.”

그러고 보니 그랬다!!”

 

실패해버렸다, 하고 바닥에 털썩 주저 앉는 치카. 그리고 동시에 두 사람의 입에서 풋, 하고 웃음이 터져나왔다.

 

아하하핫!! , 요ㅡ쨩이 말한 대로 바보치카다.”

응응, 바보치카야. 그래도.”

 

숨을 한 번 내쉬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고마워, 치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보다도 치카에게 귀엽다고 들어서 진심으로 기뻤어. 치카의 말대로 더 욕심 부려도 된다면.”

 

요우가 한 걸음 가까이 치카에게 다가왔다. 아직 주저앉은 치카의 허벅지 사이로 손을 뻗어 바닥을 짚었다. 지금 이 순간을 깊숙이 새기려는 듯 다시 한 번 치카의 심장이 빠르게 고동쳤다.

 

요ㅡ쨩?”

 

옅은 한숨과 함께 자신을 잡아먹으려드는 소녀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그제야 요우가 숨이 닿는 거리에 있다는 사실이 현실처럼 다가왔다. 이미 호흡은 섞였다. 입술과 입술 사이의 거리만 조금 더 좁혀진다면, 예의 연인들이 하는 스킨십이 되겠지.

 

평소보다 살갗이 뜨거워진다. 요우의 남은 한 손이 치카의 손을 부드럽게 덮었다. 움찔. 치카의 몸이 약하게 떨린다. 치카는 헛숨을 삼키면서 상냥한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아까 했던 말, 물리기 없기야.”

 

치카의 입술에 닿은 따스한 감각. 햇살을 품은 따뜻한 바다에 몸을 맡긴 듯한 포근함이 입술에서부터 서서히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요우가 입술을 천천히 떼자 정지했던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까이 보이는 요우가 멋쩍게 웃으면서 입술로 좋아해, 하고 뻐끔했다.

 

새하얗게 변해 아무런 사고도 할 수 없게 된 치카의 머릿속에 웨딩마치가 느릿하게 흐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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