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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라이브 선샤인

하나마루 생일 축전









마루 생일 축전

 

3.

시작의 계절이에요. 벚꽃이 만개하고, 녹음이 싹을 틔우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은 눈을 뜨고 일어나 활동을 시작해요.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로. 새로운 장소로 향하는 벚꽃의 길 사이로 발걸음을 옮겨서, 어디론가 나아가요. 으음, 마루를 예로 들자면 올해부터 마루는 2학년이 되어요. 언제나와 같은 길을 걸어가지만, 나아가는 방향은 달라요.

물리적으로는 달라진 반에, 그리고 달라진 책상을 향해. 마음으로는 좀 더 앞날의 일들을 보지 않으면 안돼요. 그런 시기가, 되었던 거예요.

무언가가 끝나지 않으면, 무언가가 시작되지 않아. 시작이 있기 전에 끝이 있는 거예요.

 

마루, 생일 축하해~!”

 

34. 마루의 생일은 정말로, 정말로 행복했어요.

빵을 잔뜩 받고.

여러 가지 선물을 받았어요.

행복이 가득했지만. 이 생일파티의 끝에 뭐가 기다리고 있는지, 마루는 알고 있었어요.

 

다이아 선배.”

후후. 이제는 우라노호시의 학생이 아니니까, 선배라기보다는 언니, 일까요.”

…….”

알고 있었어요. 마루의 생일 전부터 카난 선배와 마리 선배. 다이아 선배는 이러쿵저러쿵 바빴으니까요.

3월은 시작의 계절. 졸업하고 각자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시즌. 그건 스쿨 아이돌인 Aqours도 마찬가지라서. 마리 선배도, 카난 선배도. 그리고 다이아 선배도 졸업은 피해갈 수 없었어요.

장난 반으로 마리 선배는 유급할까~ 하는 말도 했지만, 그것만큼은, 하고 모두가 말렸었던 적도 있었지요.

하지만 마루는 아무런 말도 못했어요.

정말로, 곁에 있어줬으면 하는 사람이 떠나가는 거니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어요. 그렇지만 떠나지 않길 바라는 건 마루의 욕심. 떼를 쓰게 되면, 그 사람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오늘 파티. 재미있었어요. 내년 이맘에도 여기 있을 것 같으니 그때도 하나마루 양의 생일 파티에 참여할 수 있겠네요.”

……도쿄에, 올라가시는 거쥬?”

네에. 쿠로사와 가의 장녀로서 부끄럽지 않은 대학을 나오라고 말씀하셨기에 일단 도쿄로 진학했습니다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는 착실히 내려오기로 했답니다.”

그래도 지금 마루의 일상 안에 더 이상 쿠로사와 다이아라는 사람은 없어요. 곁에서 걸어가는 일도, 눈을 맞추는 일도, 서로 마주보고 웃는 일도, 아니. 멀리서 바라보는 일조차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어요.

다이아 선배는.

다이아 씨는멀리 떠나가는 거예요.

하나마루 양?”

걱정하진 않아유. 다이아 선배라면 어딜 가든 분명 잘 해낼 거예유. 마루도 응원하고 있구.”

후후. 그렇게 응원 받을 정도의 일도 아니에요? 도쿄에 올라가 평소처럼 하면 돼요. 그럼. 다들 돌아갔으니, 저도 슬슬 올라가볼게요. 루비가 먼저 올라가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으니까요.”

, 하고 다이아 선배가 뒤를 돈 순간. 머리칼이 휘날리면서 마루의 시야를 검게 물들였어요. 어렴풋이 보이는 작은 등에, 왠지 모르게 거리가 아니라이상한 말이지만, 좀 더 마음이 멀어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발이 절로 한 발자국 나가면서, 동시에 다이아 선배의 손끝을 잡았어요.

하나마루 양?”

, , 그게…….”

어ㅡ, 어쩌쥬!? , , 생각하고 움직인 게 아니라 벼, 변명 거리가…… .

……다이아, .”

네에?”

평온한 목소리로. 뒤돌아본 눈동자로는 올곧게 마루를 바라보고 있으면서. 겨우 이어져있는, 온기만이 살짝 맴도는 다이아 씨의 손끝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녀리게 떨리고 있었어요.

한 걸음 더. 다이아 씨와의 거리를 좁혔어요.

, 하나마루 양? 갑자기 무얼…….”

끝부분만 닿아있던 손을 놓고 다시 조심스레 다이아 씨의 손 위에 마루의 손을 겹치자, 아까 맞닿아있던 부분을 제외하곤 차가웠던 손이 기분 좋게 뜨거운 마루의 손의 열을 식혀주었어요.

다이아 씨.”

…….”

이번엔 마루부터. 다이아 씨의 눈을 바라보면서 말했어요.

다이아 씨도, 실은 별로 가고 싶지 않은 거, 맞죠?”

아하하. 들켰나요? ……그렇다고 해도 안 갈 순 없어요, 하나마루 양. 쿠로사와 가의 장녀로서, 맡겨진 일들은 전력을 다해 빈틈없이 해낸다. 그게 제 폴리시니까요. 아무리 힘든 일도 당신들과 함께여서 넘을 수 있었어. 하지만 이번엔. 카난 씨는 가업을 도와주기 전 기차여행을 떠난다고 하고, 마리 양은 해외로 유학을 가기로 했어요. 다른 Aqours의 모두는 우라노호시에 남아있으니까, 결국 혼자. 그래도 예전처럼만 하면 되니까 괜찮아요.”

다이아 씨는 그렇게 말하면서 힘겹게 웃었어요.

괜찮을 거예요. 다이아 씨는, 어딜 가도 지금처럼 멋지게 해낼 거라고 믿어요. 하나만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올곧은 눈으로 정면을 바라보면서 또 나아갈 거라고 믿어요.

그래도, 마루는 고개를 저을 거예요.

지금부터 예전처럼 하는 건…… 힘들어유.”

이미 동료와 함께한 시간이 있어요. 모두와 함께 나아갔던 때는 절대로 잊지 못하겠죠. 마루도. 그리고 다이아 씨도. 그렇기에 더더욱, 이렇게 갈라서서 각자 자신만의 길을 나아갈 때야말로 더욱 불안한 거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장소를 향하는 건, 두근거림도 있겠지만 분명 불안함도 있는 거예요.

마루는. 다이아 씨가 잘 할 거라 믿지만, 그것과 지금 떨고 있는 건 별개의 문제에요. 아직 다이아 씨는 여기에 있으니까요.

다이아 씨. 마루는, 다이아 씨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유.”

하나마루 양.”

자신한테 거짓을 말하는 건 안 된다고. 모두가 가르쳐준 거니까유. 마루, 다이아 씨를 좋아해유. 진심으로 말이에유.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은, 책에서밖에 본 적이 없어서직접 느끼는 건 처음이라 많이 불안하고많이 망설이게 되었지만. 그래도 좋아한다는 경험 안에서 느낀 여러 감정 중 하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유.”

……좋아하는 사람이 불안해하는 모습 같은 건, 볼 수 없어요.

좋아하는 사람이 계속 곁에 있어줬으면 하는 바람보다도.

좋아하는 사람과 계속 함께 있고 싶다는 바람보다도.

그 사람을 위하고 싶다고.

다이아 씨가 상처입거나, 곤란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마루가 있어유. 그러니까 가지 않았으면 하는 본심과는 반대로. 다이아 씨가 도쿄에 올라갔으면 해유.”

…….”

그리고 응원하고 싶어유. 마루가 좋아하는 다이아 씨는 멋있고, 늠름하고. 누구보다도 고고하게 서서 뭐든지 해내는 미인이에유. 그러니까 지금 갖고 있는 불안도, 공포도 전부 떨쳐내고 앞으로 한 발자국 내딛을 수 있을 거예유. 마루가 좋아하게 된 사람은, 그런 사람이에유.”

그렇죠? 하고, 방긋 웃자 다이아 씨의 뺨에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어요.

하얀 보석.

그렇게 생각한 건, 다이아 씨의 눈물이었어요.

, 죄송해유! 이런 때에 말하는 거, 엄청나게 치사했던 거쥬!? 그래도 꼭 전하고 싶었었는데. 아하하결국 곤란하게 만든 건 매한가지네유. 가기 전까지 민폐만 끼치게 되어서정말 죄송해유. 이 이야기는 잊어주셔도 되유.”

완전히 마루 생각만 해버려서, 다이아 씨를 우, 울리다니……. 갑자기 가슴 한쪽 구석이 시큰하게 아파왔어요. 그런 와중, 머리에 부드러운 손길이 포개어지며 포근한 봄기운 같은 바람이 불어왔어요.

다이아?”

……들켰네요.”

?”

불안하다는 말은, 단 한 마디도 안 했는데. 어째선지 들켜버렸네요.”

, . 좋아하니까요. 예전부터 쭈욱, 다이아 씨를 보고 있었어요. 어떤 다이아 씨든, 눈에 꼭 담아두고 싶었으니까요.”

……후후. 저도 좋아해요. 좋아해요, 하나마루 양.”

?”

, 방금 다이아 씨가 뭐라고……? 잘못 들은 건가 싶어 고개를 갸웃하니, 다이아 씨가 눈물에 젖은 눈으로 방긋 웃으면서 말했어요.

좋아해요. 하나마루 양을.”

……다이아 씨도, 저를.”

후후. 서로 좋아하고 있었다니 깜짝 놀랐지만요. 실은 가기 싫은 이유 중에 하나는 하나마루 양이기도 했어요.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에 적응하는 건 괜찮아요. 쿠로사와 가는 여러 가지 사업을 하고 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있었거든요.”

그런 건 익숙해요. 그렇지만, 하고 다이아 씨는 말을 덧붙였어요.

역시 좋아하는 사람 곁을 떠나는 건 싫으니까요. 저도, 하나마루 양을 떠나고 싶지 않았어요. 게다가, 불안한 건 그하나마루 양에게 역시 다른 사람이 생긴다거나…… 그런 쪽이어서.”

그 말은?”

…….”

고개를 돌리자 다이아 씨의 살짝 붉어진 귀가 보였어요. 이런 귀여운 모습은태어나서 처음 봐요. 그리고 아마,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모습.

그으, 그게, 질투라는 걸까요.”

마루엄청 기뻐요.

다이아 씨.”

네에?”

마루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다이아 씨의 손을 잠시 내려놓고, 마루는 머리띠를 끌렀어요. 옅은 빨간색과 노란색의 스프라이트 무늬로 되어 있는 머리띠. 스쿨 아이돌을 했었을 때의 메인 컬러. 다이아 씨의 레드와 마루의 노란색이 새겨져 있는 머리띠에요. 누마즈에서 우연찮게 발견하는 바람에 마루답지 않게 충동구매 해버렸어요.

마루는 꼬옥 잡은 다이아 씨의 손을 놓고, 그 가녀린 팔목에 머리띠 매듭을 묶었어요.

마루는 어디에도 가지 않아유. 오히려 마루도 불안했었는데, 헤헤, 마침 잘됐어유. 손목의 이 머리띠는 다이아 씨가 마루의 것이라는 증표구먼유.”

……하나마루 양.”

이걸로, 분명 괜찮을 거예유. 쭈욱, 마루가 곁에, 곁에 있을게유.”

후후. 언니 되는 자로서 하나마루 양에게 받기만 할 순 없지요. 하나마루 양.”

다이아 씨가 이름을 부르고, 갑작스레 얼굴이 가까워진 순간 입술에 느껴지는 따뜻한 감촉.

어느 책에나 쓰여 있었지만, 한 번도 공감해본 적 없는 글귀가 머릿속에 잔뜩 떠올랐어요. 그 모든 것들이 하나가 되어마루의 머리를 한꺼번에 헤집어서.

, 다이아 씨……!?”

다이아 씨가 입술을 떼었을 땐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고 그저 따뜻한 온기만이 입술에 맴돌았어요.

특별한 생일선물이에요, 하나마루 양. 하나마루 양에게만 주는, 그리고 앞으로 하나마루 양에게만 줄 특별한 선물. ……저도 하나마루 양의 곁에 쭈욱 있을 거예요. 도쿄로 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방금 느낀 감정과 입술에 남아있는 온기로 저를 떠올릴 수 있도록. 그리고 저만 생각나도록. 하나마루 양이 저만의 토리코리코가 되도록 주문을 건 거예요.”

, 마루는…….”

이미 다이아 씨의 토리코리코…… 구먼유.

제가 돌아올 때까지. 바람 피우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한쪽 눈을 살짝 감으면서 평소대로의 미소를 짓는 다이아 씨. 꼬옥 잡은 손에는 언제부턴가 떨림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 다이아 씨도!”

. 네에, 물론이에요. 제가 도쿄에서 돌아오고 나면. 그때도 하나마루 양의 마음이 바뀌지 않았다면 정식으로 교제해요.”

그렇다면, 4년 후에는 연인인 거네유.”

아하핫. 네에. 부디.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