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러브라이브 선샤인

[마루다이] 어린애가 아닌 걸


보통의 학생이라면 이제 막 일어나 등교 준비를 하고 있을 이른 시각임에도 마루가 여기 있는 건 언제나 조금씩은 열려있는 학생회실의 문틈으로 생각에 잠긴 당신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흑요석처럼 매끈하면서 반짝이는 검은색의 생머리. 항상 무엇이 옳은지 똑바로 쳐다보고 절대로 피하지 않는, 조용한 의지를 담고 있는 눈동자. 품위가 넘치고, 자신이 넘치는, 또 그게 매력이 되어 한층 돋보이는 외모.

하지만 마루는 알고 있어요.

올곧은 눈동자로 항상 누군가를 보고 그 사람을 지켜준다는 사실을.

엄격한 것처럼 보이는 외모는,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할 때 봄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벚꽃처럼 부드럽고 상냥한 미소가 한가득 피어난다는 사실을요.

언제나 자신보다는 누군가를. 그래요.

학생회장으로서는 우라노호시의 학생들을. 언니로서는 루비를. 친구로서는 카난 선배와 마리 선배를. 스쿨 아이돌인 다이아 씨로는 Aqours의 모두를. 분명, 누구보다도 Aqours를 지탱해주는 건 다이아 선배겠지요.

마루는 Aqours에는 있지만, 다이아 선배의 안에는 없어요. 그러니까 이렇게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요.

후우, 오늘도 충전완료에유. 더 늦기 전에.”

하나마루 양?”

즈랏!? , , 다이아 선배? 으엣? , 방금 전까지 책상에서.”

잠깐 집중이 안 돼서 나왔어요. ……그런데 그걸 하나마루 양이 어떻게 아시는 거죠?”

, 그건…….”

, 변명할 말이 없어요. , 어쩌죠? 마루는 이제 끝인 것 같아요. 이렇게 포기하는 심정으로 아래를 바라보았는데 다이아 선배는 그런 마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상냥한 목소리로 얘기했어요.

, 상관없겠죠. 우선 들어오세요. 마침 하나마루 양과도 관계가 있는 일이었거든요.”

, , 마루랑? 마루, 뭔가 잘못했었나유?”

?”

슬쩍 뒤를 보고 학생회실로 불렀다는 걸 알게 된 다이아 선배. 학생회실이라는 건 평범한 학생에게는 조금 어려운 거예요. 다이아 선배도 알고 있었는지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저어 부정했어요.

, 그런 게 아니랍니다. 잠시 유닛 곡으로 상담할 게 있어서.”

휴우, 그런 거라면 조금 안심이네요. 마루는 뭔가 잘못해서 학생회실에 불려가는 거라고만 생각했어요.

유닛. 최근에 치카 선배의 가위바위보로 분위기를 타 결정된 사항이에요. 같은 모양을 낸 사람끼리 유닛을 짜기! 가 되어버려서. 마루는 카난 선배, 다이아 선배와 같은 유닛으로 편성되었어요.

두 사람 다 어른스럽고, 스타일 좋은 언니 같은 사람들인데 마루가 같이 껴있게 되어서, 물론 행복하지만 그것보다도 마루가 멋진 두 사람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어서…….

저희 AZALEA는 순수하면서도 단아하고, 고풍스러우면서 퓨어하고 현명하고 귀여운 정통파 재색겸비 유닛인데, 저기 하나마루 양? 듣고 있습니까?”

즈랏? , , 듣고 있어유!”

정통파 재색겸비 유닛이니까 역시 저희에게 맞는 건 온화하면서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는 곡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순수한 매력이 드러나면 가장 좋겠죠. 평범한 여자 아이 같은.”

평범한.”

그래서 곡의 테마를, 저희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서 해보려고 하는데. 하나마루 양은 어떤지요?”

?! , 사랑은마루는 아직…….”

그거에요!”

갑자기 책상을 탁, 치면서 다이아 선배가 일어났어요. 우왓, 하고 깜짝 놀라 어깨를 움찔. 거기에 성큼성큼 다가와 다시 마루의 두 어깨를 잡는 다이아 선배의 가까운 거리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아직 해본 적 없는 사랑. 사랑에 대한 동경. 내가 사랑을 하면 이렇게 하겠다! 사랑을 동경하는 순수한 소녀의 마음을 담은 곡! 분명히 잘 될 겁니다.”

즈랏, , 다이아 선배는 사랑해본 적 있나유?”

잠시 멍하니 마루를 쳐다보다가 부끄러운 듯 뺨을 홍조로 옅게 물들이고 고개를 돌리는 다이아 선배.

, 아직. 뭐어, 그 부분은 카난도 마찬가지고. 아마 그렇기에 더더욱 쓸 수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만…….”

그 말을 듣고, 어쩐지 안심하고 있는 마루가 있었어요. 그리고 절대 이 사람은 누군가에게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 다이아 선배가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건 절대로 보기 싫어. 문득, 정말로 마루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갔어요.

.”

어쩐지 낯익은 감정. 한 번도 해본 적 없지만, 무슨 감정인지는 금방 알게 되었어요. 그야 많이 보아온 걸요. 지금까지 마루가 빠져있던 수많은 책들에서 다루었던 그 감정이 무엇인지 모를 리가 없어요.

그걸 알고 나니 어쩐지 다이아 선배를 제대로 볼 수 없어서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어요.

하나마루 양? 왠지 얼굴이 빨간데 괜찮나요? 기분 탓인지 조금 열이 있는 것 같네요. 보건실까지 데려다드릴까요?”

, 아니에유! , 그런 거 아니에유! 그저.”

그저?”

,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유! 잠깐 사랑에 대한 걸 생각하니 조금.”

그런가요? , 하나마루 양은 아직 1학년이기도 하고, 조금 빨랐던 거겠죠. 죄송해요. 평소에 책을 많이 읽으니 연애 쪽 지식을 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저의 잘못이군요.”

, 그건.”

괜찮답니다. 여기는 제대로 언니의 파워를 보여줄 테니, 하나마루 양은 큰 배에 탔다 생각하시고 안심해주세요.”

그리고이 감정에 깨닫고 나니 알게 되었어요. 지금까지 다이아 선배가 마루를 어린애 취급할 때마다 가슴이 욱씬욱씬 아파왔던 이유를. 그땐 그냥 마루가 어린애 취급 받는 걸 싫어하는 걸까, 생각했지만 아마 아니었던 거예요.

 

좋아하는 사람이, 연애 대상으로 봐주지 않으니까.

 

그게 아팠던 거예요, 마루는.

마루, 어린애 아니에유.”

?”

마루, 어린애 아니라구 말했슈!”

!? , 갑자기 뭔가요, 하나마루 양? , 설마 화를.”

화들짝 놀라서 움찔하는 다이아 선배. 지금의 마루는 다이아 선배로 머리가 꽉 차서, 다이아 선배가 마루를 봐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가득해서 앞뒤 생각하지 않고 곧장 행동으로 옮겼어요.

3학년이지만, 정말로 좋아하는 언니지만, 마루는 다이아 선배를 소파에 밀어 넘어뜨렸어요. 푹신한 소파에 몸을 맡기면서 허둥대는 다이아 선배. 마루는 그 위에 올라타 다이아 선배의 숨이 닿을 만큼 지근거리에 다가갔어요.

마루는 책 가리지 않고 읽으니까 이런 지식도 있슈. 분명히 다이아 선배보다도 마루가 많이 알고 있슈.”

, 하나마루 양? , 갑자기 왜 이러시는 거죠? 혹시 많이 알고 있는데 어린애 취급해서 그런 거라면 제가 사과하도록.”

다이아는 이런 지식, 아예 없지유?”

?”

마루보다 어린애네유.”

, 언니에게 대해 그런!”

아까 같은 옅은 색의 홍조가 아닌, 완전히 빨개진 얼굴. 당황스러워하는 다이아 선배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이런 다이아를 독점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어요. 다른 사람에겐 절대로 보여주고 싶지 않은 다이아 선배.

평소와는 달리 마루가 다이아 선배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이 상황과, 얘기하고 있던 주제와, 여러 가지 생각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려서.

그럼 마루가 가르쳐줄게유.”

하고, 마루도 모르게 다이아 선배의 거친 숨결을 입술로 막았어요. 뜨거운 한숨이 입술에서 입술로, 혀에서 혀로 전기감각을 통해 짜릿하게 전해져 몸을 떨리게 했어요. 맞닿은 가슴에서는 더 이상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심장소리가 요란하게 뇌를 울렸어요. 아마 마루와 다이아 선배, 두 사람의 것이 겹쳐진 거라고 생각해요.

좀 더 다이아 선배를 탐하고 싶어. 사랑을 하면 사람은 바뀌는 것 같아요. 순진하다고 생각했던 마루에게도 이런 감정이 있었나 봐요.

입술을 떼자 다이아 선배의 타액과 마루의 타액이 섞여 농후한 질감의 끈적이는 침이 흘렀어요. 다이아 선배의 입술에서 턱으로. 마루는 그 선을 따라 다시 한 번 입술을 갖다 대었어요.

가볍게 입술과 입술. 그리고 점점 내려가며 턱을 핥고, 다음은 뽀얀 목덜미.

, , 나마루.”

마루의 핥는 소리와 다이아 선배의 참는 듯한 신음이 정적인 학생회실에 크게 울렸어요. 하지만 그런 건 신경 쓸 틈도 없이마루는 그저 다이아 선배를 탐했어요.

다이아. ……다이아의 전부를 원해유. 마루는다이아를 마루의 포로로 만들고 싶어유.”

살짝 눈물기를 머금은 에메랄드빛의 눈동자. 아직 거칠게 흘러나오는 신음. 호흡할 때마다 마루의 가슴에 닿는 다이아 선배의 체온. 그 전부가, 마루의 것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좋아해유, 다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