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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라이브 선샤인

[다이루비] 어느 여름

다이루비

 

[어느 여름]

 

, 으유……!?”

, 하고. 아무도 없는 부엌에 텅 빈 공허한 소리가 울렸어요. 떨리는 손을 맞붙잡고 가슴께로 천천히 끌어 모아 꼬옥 안았어요. 여전히 떨림이 멈추지 않는 가운데, 천천히 고개를 숙여 떨어진 그것을 바라보았어요.

아무 것도 없는 공허. 아니. 굳이 그 형태를 말로 표현하자면 절망일까요.

하으.”

루비는 천천히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어요. 그러자 더욱 그것이 가까이 보였어요.

니의… ……언니의 초 레어 한정판 커스터드푸딩…… 1년에 한 번 먹을 수 있을까 말까 한 레어 푸딩. 하루에 10개 한정으로 새벽 3시부터 줄을 서도 앞에 사람이 있다는 유명한 가게의 최고의 푸딩인데…… 그걸 루비가루비가…… 먹어버렸어요!!! 으유!”

천천히 바닥에 눕듯 쓰러지며 이제는 텅 빈 커스터드푸딩의 통을 양손으로 붙잡았어요. 아까 느껴졌던 묵직한 무게감은 마치 깃털로 변한 것처럼 너무나도 가볍게 느껴졌어요. 그 무게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진 거예요. 이렇게나 후회해 봐도 그것은 제가 바랐기에 일어난 일. 저의 작은, 그러나 불순하기 짝이 없는 욕망은 이제 깃털처럼 가볍게 변한 푸딩 쓰레기와는 반비례한 거대한 죄책감으로 저를 짓누르기 위해 찾아온 거예요.

이렇게 누워만 있을 순 없어요!”

오늘은 학생회 일이 있어서 언니가 늦게 오는 날. 그럼 그 동안에 루비가 해야 할 일은커스터드푸딩을 다시 되돌려놓는 일! 평소에는 잘 화내지 않지만, 푸딩은 언니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걸. 루비가 언니 거와 루비 거를 전부 먹었으니 크게 화낼 게 분명해요!

학생회 일에 조금 지친 언니가 푸딩을 기대하면서 집으로 돌아와선 가지런히 가방을 정리하고 가장 먼저 냉장고를 여는 거예요. 그런데 거기엔 기대하던 푸딩이 없고, 언니답지 않게 한참동안 냉장고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현실을 깨닫고 문을 닫은 뒤엔 잠깐 가만히 서서 생각을 하겠죠? 그리고 다음에 나온 한 마디가.

루비. 잠깐 와보시겠어요?”

라면, 루비는루비는……!!!! 깨꼬닥. ……아니아니, 정신 차려야 해요! 우선 증거 인멸! 언니가 돌아올 때까지 앞으로 1시간. 최대한 빨리 행동해야 해요! 우선 푸딩 쓰레기는 바깥에 나가면서 버리고, 혹시 가게에 푸딩이 남아있는지 확인도 해보고. 가게까지는 가까우니까 우선 실행해보는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할 일을 머릿속으로 정하자 즉각 행동으로 옮기는 건 쉬웠어요. 가장 먼저 지갑을 챙겨서 밖으로 나와 곧장 가게를 향했어요. 다리를 멈추지 않고 쭉 달린 건 연습할 때밖에 없었는데. 다행히도 평소의 연습이 성과를 발휘했는지 생각보다 많이 힘들진 않았어요.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거칠게 문을 열어젖히고, 폐 안에 압도적으로 부족해진 산소를 몰아서 쉬며 끊어질 듯한 말로 더듬더듬 겨우 목소리를 내었어요.

푸딩혹시…… 하아하아남아있나요……?”

?”

눈에 보일 정도로 당황하는 점원 여성분. 그래도 뭔가 급박하다는 걸 느꼈는지 얼른 냉정을 되찾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어요. 루비는 당황하면 뭐부터 해야 할지 몰라서 패닉을 하는데역시 점원 씨의 이런 점은 본받고 싶어요. 하지만 들어간 것도 잠시, 숨을 겨우 고르는 사이에 점원 여성분이 다시 나왔어요.

.”

어쩐지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가득한 얼굴로 쳐다보는 점원 분. 그 모습을 보고 곧장 깨달았어요.

없는거네요?”

, 죄송합니다. 오늘 자 푸딩은 전부 팔려서…… 혹시 시간 여유만 되신다면 지금 만들고 있는 게 1시간 후에 완성됩니다만.”

1시간 후. 집에서 나올 때 언니가 돌아오는 시간을 1시간 후라고 계산했었는데. 손목에 찬 시계를 바라보았어요. 시곗바늘이 가리키는 숫자가 알려준 남은 예상 시간 약 40. 언니가 돌아왔을 때 집에 루비가 없다면 언니가 걱정하겠죠? 아마 푸딩보다도 루비를 먼저. 그건 안 돼요.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의사를 표하고 죄송하다며 가게를 나왔어요.

앞으로 10분을 더 뛰면 나오는 가게가 있어요. 거기라면 아직 푸딩이 다 팔리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며 이번에도 전속력으로 대쉬! 예상했던 대로 그쪽 가게에는 아직 푸딩이 전부 팔리지 않았어요. 한정판의 레어 푸딩은 아니지만, 언니가 좋아하는 순위 5안에 들어 있는 가게. 이걸로 용서해줬으면. 미안해요, 미안해요, 언니. 루비가 욕심쟁이라서멋대로 푸딩 먹어버려서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언니의 소중한 푸딩인데언니가 엄청 기대하고 있었는데…….

루비,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요. 루비가 잘못했다는 걸 은폐하구, 다른 걸로 덮어씌우려 하는 건 안 되는 짓이라는 거, 언니를 생각하면서 푸딩을 찾다가 겨우 깨달았어. 언니는 항상 루비를 먼저 생각해주는데, 루비는 거기에 어리광부리기만 하니까. 그래선 안 된다는 걸 알았어요. 언니가 용서하구, 화를 내구. 그런 걸 걱정하기 이전에 먼저 루비의 잘못을 인정하고 제대로 사과하지 않으면. 언니한테 돌아가면, 가장 먼저 솔직하게 얘기하고 사과하자. 그렇게 다짐하고, 루비는 산 푸딩을 가슴에 품고 다시 전속력으로 뛰었어요.

조금 늦었다고 생각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저 멀리 집의 현관 앞, 루비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 서 있는 게 보였어요.

햇빛이 반사되어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비단결의 머리칼이 허리춤에서 춤추고, 조신하게 모은 양손, 그러나 루비처럼 소심하게 보이는 게 아닌, 꼿꼿이 펴진 허리와 어깨. 사뿐하게 걷는 것 같으면서도 힘이 들어간 발걸음은 우치우라에서도 우리 어머니 아니면 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었어요.

언니!”

숨을 내쉬면서 같이 내뱉은 말에는 힘이 없었어요. 마치 속삭이는 것처럼 작은 목소리는 거친 헐떡임에 흐트러져 공기 중에 사라진 것처럼 보였는데.

그랬는데. 언니는 조용하게 고개를 돌려 시선을 제게로 향해주었어요.

루비.”

입을 뻐금거리는 모양새. 아직 거리감이 있음에도 그 목소리는 여기까지 잘 들렸어요. 아아이렇게 언니도 내 목소리를 들은 거였구나.

하아, 하아언니!”

손을 흔들며 겨우 앞까지 오자 언니가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루비. 땀투성이잖니? 어디 다녀오는 길인가요? 연습?”

아니. 그게…….”

혼날 거야. 언니한테 미움 받아버려. 언니가 루비를 싫어하게 되면. 언니가 용서해주지 않고 이대로 사이가 나빠져버리면…….

 

그렇지만. 루비의 잘못이니까 사과해야 해!

 

꾸벅하고. 언니에게 저는 있는 힘껏 허리를 숙였어요.

, 루비?”

언니의 당황한 목소리. 울 것 같았지만. 조금 눈물이 나왔지만, 루비는 목에 걸려 넘어올 것 같지 않은 말들을 겨우 입 밖에 담았어요.

미안해요, 언니!”

? , 그러니까무슨 일이죠, 루비?”

언니의 하나 밖에 없는 초 레어 커스터드푸딩루비가 먹어버렸어…….”

……. 그거 말씀이시군요. 그거라면.”

그래서 루비 말이지, 이걸론 안 되겠지만그래도, 푸딩 사왔으니까 언니 꺼미안해요, 미안해요, 언니.”

양손으로 소중하게 감싼 푸딩을 언니에게 내밀었어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잠시 몇 초의 시간이 흐르고. 무언가 이상하다 싶어 고개를 들자

 

푸흐.”

 

?

언니가 정말로 활기차게 웃는 모습이 시야에.

, 언니?”

이상하다 싶어 언니의 이름을 부르자 언니는 방금 터진 웃음이 조신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황급히 입을 가리면서도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어요.

쿡쿡, 루비도 참. 그건 일부러 남겨둔 거예요. 루비에게 주려고. 말 안 했었나요?”

으유, 들은 적……….”

그랬나요? 미안해요, 루비.”

언니는 상냥한 손으로 루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어요.

언니가 말하는 걸 잊은 탓에 루비를 고생시켜버리고 말았네요. 그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루비와 같이 먹으려고 아이스크림을 사왔는데.”

가방에 겹쳐 보이지 않던 편의점 봉투. 그 하얀 비닐 안에는 각각 루비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과 언니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한 개씩 담겨 있었어요. 언니…….

그래도 대견하네요. 혼날 수도 있었는데도, 루비는 확실하게 자신의 잘못을 제게 말한 거니까요.”

, 에헤헤.”

루비의 이런 모습을 보면 저도 굉장히 기쁘답니다. 푸딩은 나중에 둘이서 나눠 먹고, 지금은 아이스크림이라도 먹죠. 루비는 특히 더울 테니까요.”

봉투에서 꺼내준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자, 그 차가움이 딱 맞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서. 그걸 천천히 이마에 대고, 하늘을 바라보며 남은 손으로 언니의 손을 쥐었어요.

루비?”

그냥. 헤헤.”

언니는. 언제나 루비가 먼저. 루비를 생각해주고. 그렇지만 나도 언제까지고 언니의 상냥함에 기대고 있어선 성장할 수 없겠지. 조금 더, 더 언니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 그런 다짐을 한 어느 여름. 그 날은 유난히도 햇빛이 따듯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