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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라이브 선샤인

[anshk] 인생게임

인생게임

 

히히, 전부터 안쥬랑 같이 게임 해보고 싶었단 말이지.”

나는 닌텐도 같은 걸 말하는 줄 알았는데. 정말 이런 걸로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뭐든 안쥬랑 할 수 있는 게임이면. 그리고 오늘은 시간 많으니까 이따가 다른 게임해도 되잖아?”

한 손에 인생게임을 들고 무구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는 자리에 앉았다. 양반다리를 하고 털썩. 하는 행동이 영락없이 철없는 꼬마 아이였다.

슈카. 다리.”

?”

슈카는 내 말에 흘끗 자신의 다리를 쳐다보곤 갸웃했다. 그러더니 알아들었다는 듯 가볍게 두 손을 마주 대었다.

. 후후, 알겠어? 요새 다리근육이 말이야.”

아니아니아니, 전혀 못 알아들었잖아? 양반다리 말하는 거야. 그 자세!”

~? 어차피 아래는 반바지인걸. 괜찮아, 괜찮아. 그리고 지금은 안쥬 집이기도 하구, 우리 둘밖에 없잖아.”

그렇긴 하지만.”

정말이지. 사이토 슈카는 매번 이런 식으로 무방비하다. 연습할 때도, 다른 멤버와 있을 때도, 팬 서비스를 하는 것도. 하기야 언제나 아이처럼 웃고 떠들고, 천진난만하게 행동하는 게 매력이긴 하다만 매력을 너무 많이 발산하고 다니는 게 문제려나. 곤란하다. 슈카의 말대로 오늘은 둘뿐이긴 하지만 그래도 곤란하다.

일의 발단은 슈카가 예전부터 같이 하자고 졸라댔던 게임이었다. 서로 스케줄이 맞지 않아 좀처럼 시간을 잡기 어려웠다. 결국 두 사람이 유일하게 스케줄이 비는 라이브 다음날 만나서 놀기로 결정. 4남매인 슈카는 집이 비는 시간이 없어 자연스레 우리 집으로 모이게 되었다. 아니아니, 딱히 둘이서 뭔가 하려고 비는 집을 찾은 건 아니다. 그냥 애초에 둘이서 예의 차릴 필요 없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을 원한 결과가 이것. 그런데 너무 격식이 없는 바람에 내 쪽이 곤란하게 되었다.

하아. 심호흡을 하고. 좋았어. 집중집중.

뭐어, 됐어. , 인생게임 시작할까?”

오케. 절대 안 봐줄 거니까?”

씨익 웃으며 슈카가 보드판을 열었다.

. 진 사람이 벌칙이라든가, 어때? 뭐든지 들어주기!”

이겨서 장난칠 거리를 생각하고 있는지 슈카가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기면 뭘 시킬지는 몰라도 말이야. 애초에 우리 집에 있는 거니까 내가 질 리가 없잖아, 바보 슈카.

자신감 넘치네. 좋아, 하자.”

그렇게 시작된 게임. 룰은 간단하다.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수만큼 보드판 위의 말을 이동시킨다. 말이 멈춘 곳에는 여러 가지 지시가 적혀있고 게임 내에서 그걸 이행하면 된다. 어떤 직업을 갖게 된다든가, 어떠어떠한 효과로 인해 돈을 얻는다든지, 잃는다든지. 말을 몇 칸 더 이동시킨다든가,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등. 그렇게 해서 골인 지점까지 가거나 일정 이상 돈을 모으면 끝난다. 다른 방식으로 끝낼 수도 있지만 그건 정말 운이 좋을 때만 되려나. 그러고 보니 슈카도 운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었나? 나도 운으로 누군가에게 져본 적이 있는 건 아니니까 승부는 내 쪽이 더 유리하겠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꽤나 시간이 지난 지금.

. 댄스부 소속에서 춤을 가장 잘 춰서 아이돌 데뷔 권유를 받았대. 2000만원 추가, 예이~! 모든 플레이어에게서는 CD 비로 100만원씩 받기로 합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주사위를 한 번 더 굴린다! 그렇다는데요, 이나미 씨?”

왜 이렇게 강한 겁니까? 저기 사이토 씨?

강하네, 슈카.”

설마 이렇게까지 잘 될 줄 몰랐지만. 후후, 이번 주사위 굴리면 거의 우승이나 다름없지?”

분하네~.”

히히. 안쥬, 안쥬. 그거 기억하지?”

슈카가 상체를 숙여 양 손으로 바닥을 짚고 등을 쭉 폈다. 평소에는 작은 강아지나 수달 같은 귀여운 생물을 닮은 주제에 장난칠 때만 약삭빠른 고양잇과가 된다니까. 야릇한 웃음기를 머금고 나에게 살금살금 다가오는 슈카. 비례해 나도 바닥을 발로 밀어 슬금슬금 뒤로 움직였다.

, 뭘 기억해?”

그런 식으로 나오는 거 치사한 거 알지?”

.”

아무런 말도 못하고 고개를 돌린다. 일부러 슈카의 눈을 피했는데도 아랑곳 않고 천천히 다가왔다. 숨결이 뺨에 닿아 간지럽다. 슈카의 숨이 닿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열기가 올라왔다. 감정 숨기는 건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하지만이건 힘든데.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어놓으려 들었다. 제발 얼굴만 빨개지지 말아줬으면. 부끄러운 생각 한다는 거, 들키고 싶지 않단 말야. 그래. 완전히 슈카가 이긴 거라고 확정난 건 아니잖아? 슈카가 처음으로 되돌아가기에 걸리면 충분히 역전 가능성이 있어, !

, 아직 이긴 거 아니구! , 슈카. 어서 마지막 주사위를 굴려!”

후후, 그렇게 나와야지. 간다? 호잇! 여섯 칸 이동해서~ ! 찬스 카드를 한 장 뽑는대.”

찬스카드.”

분명 찬스 카드에 되돌아간다는 카드는 없었던 것 같은데? 오히려 찬스 카드는 걸린 사람에게 좋은 효과를 주는 거잖아. 그렇다는 건 즉.

역전 가능성 없음.”

카드도 뽑을게. 에잇. 흠흠. 호오~. 호오호오~. 이런 카드가 다 있구나. 안쥬, 안쥬. 내가 무슨 카드 뽑았게~?”

? 재미있는 카드라도 뽑은 거야?”

헤헤, 봐봐.”

슈카가 보여준 카드에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사람의 모습이 귀엽게 그려져 있었다. 카드 이름은 결혼. 다른 플레이어 1명과 재산을 합치고 팀이 되는 이상한 카드다. 하지만 지금은 4인 개인전이 아니라 일대일. 이 카드를 쓰게 되면 슈카는 나와 팀이 되어 무승부가 되어버린다. 지금 이 상황에 사용할 이유가 없는 카드였다.

지금 쓰면 나와 안쥬가 같은 팀이 돼서 무승부. 맞지?”

으음, 맞긴 맞는데.”

, 이나미 안쥬 씨.”

갑자기 존칭을 쓰기 시작한 슈카. 순식간에 불안이 급증했다. 주도권은 완전히 슈카에게 있었다.

이나미 씨? 왜 시선을 피하는 건지요?”

, 아닌데? 피한 적 없는데?”

헤에. 그럼 제대로 봐줘.”

달아오른 뺨을 식히는 기분 좋은 시원함. 슈카의 양손이 어느새 내 뺨을 붙잡아 끌어당겼다. , 슈카!? 가가워가까워가까워가깝다구!?

이 카드 말이야. 써줄까나~?”

?”

써주면 나야 벌칙도 안 받고 좋은데, 갑자기 왜? 슈카가 이런 걸 그냥 써준다고 말할 리가 없다. 대체 무슨 꿍꿍이속을.

히히. 안쥬가 나랑 결혼했다고 치고. 안쥬가 생각하는 나와의 결혼생활이 어떨지 듣고 싶은걸?”

후에?”

나도 모르게 바보 같은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얘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잠시 뇌정지가 온 사이 슈카가 다시 말을 이었다.

~~~. 결혼 카드가 나온 김에, 나와 결혼하면 어떤 생활을 할 것 같은지 얘기해주면 벌칙은 면제해주겠다는 말씀! 어때?”

.”

?”

치사해!”

아까 벌칙을 피하려고 했던 안쥬도 치사하니까 쎔쎔인걸? , 얼른.”

.”

슈카와 결혼인가.

아침은 슈카가 먼저 일어나겠지?”

. 안쥬, 아침은 언제나 약하니까~. 같은 방이 되면 내가 자주 깨워주잖아.”

우리 둘 다 휴일인 날에는, 내가 깰 때까지 슈카가 계속 바라볼 것 같아. 가끔씩은 볼도 찌르구. 머리도 넘겨주고.”

어쩌면 입술을 만질지도.

그리고, 그리고?”

아마 일어나면 내가 늑장부려서 이불에서 안 나올지도.”

안쥬는 가끔 어리광쟁이니까. 내가 커피를 타올게. 안쥬가 잠이 확 깨도록 블랙으로.”

그렇게 슈카가 커피를 가져오면, 커피를 내게 주기 전에 누운 상태로 입맞춤을 기다린다거나. 아니, 이 상상은 위험해위험해위험하다구.

, 어흠.”

알 리가 없는 내 생각을 얼버무리려 괜히 헛기침을 해보았다.

그런 다음엔?”

슈카가 재촉하듯 묻는다.

하루 종일 침대에서.”

침대에서?”

둘이 뒹굴거릴무슨 말을 하게 하는 거야!”

근처에 있던 베개를 잡아 있는 힘껏 던졌다. 이런 행동을 미리 읽었는지 슈카는 가볍게 베개를 받아내고는 얼굴을 빼꼼해 배시시 웃었다.

푸핫, 장난이래도~!”

정말!”

후후, 찬스 카드를 사용합니다! 이미 안쥬에게 벌칙을 받게 한 거나 마찬가지고 말이지.”

못 말린다니까.”

쿡쿡, 이걸로 무승부! ~ 재밌었다. 다음엔 어떤 거 할까? ? ?”

또 뭔가 거는 거면 싫어.”

에이, 이번엔 제대로 둘이서 즐기는 걸로 말이야~!”